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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막 내리는 <대장금> 김영현 작가 인터뷰
김도형 2004-03-12

작가가 귀뜸해준 장금이 결말은…

“장금이는 보통사람 호기심·열정이 달랐을뿐”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두가구 중 한가구를 불러모았던 문화방송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23일 54회로 막을 내리는 〈대장금〉을 드라마가 거둔 최고 시청률 수치만으로 기억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극 후반부, 최 상궁 일가를 향한 장금의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짜임새가 엉성해져 짜증 나기도 했지만 “다른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움과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는 평가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은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 꿋꿋한 장금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매료됐기 때문은 아닐까. 막바지 원고쓰기에 여념없는 〈대장금〉의 작가 김영현(37)씨를 지난 9일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돌이켜보면 장금은 어떤 인물이었나

장금이 성인(聖人)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기본욕구에 충실하다 보니 성공했다더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호기심과 열정, 단순함을 주려고 했다.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복잡함이 없는 인간, 성공하고 싶은,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한 여성이 바로 장금이다. 어머니한테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왜 안돼요’라고 따져묻는 게 장금의 캐릭터다. 장금을 맡은 배우 이영애의 지성적인 면과 품위가 캐릭터 표현에 큰 힘이 됐다. 극 초반 한 상궁한테 만날 혼나다가도 헤헤거리며 ‘칭찬해주세요’라고 하는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정감있고 귀엽게 다가왔던 것도 이영애라는 연기자 때문일 것이다.

이영애 덕에 캐릭터 표현 큰힘 장금이 궁으로 돌아와 복수극을 벌이면서 지나치게 호흡이 빨라지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다보니 드라마 맛은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한 상궁 이후 복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망이 많이 생겼다. 처음 기획의도는 아니었는데 한 상궁, 정 상궁을 그렇게 보낸 사람들을 그냥 뒀다가는 결론이 안나겠더라. 그게 복수라면 복수고 진실규명일 수도 있는데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 강퍅해진 느낌은 있다. 또 시청자들이 한회로 완결구조를 갖는 단막극처럼 느꼈다면 내가 본격적인 연속극 형태는 두번째 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형식이 시청률을 급하게 올라가게 하는 데 기여했지만 역경극복의 과정이 생략되면서 덜 드라마틱해진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장금>의 차별성은 여성주의적 시각에도 있는 것 같다. 후반부 들어서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 때문에 흐려지긴 했어도 여성끼리의 따뜻한 동료애나 관계는 다른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는데 …

혹시 레즈비언(여성동성애자)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웃음) 시청자들은 한 상궁이라는 스승, 연생이같은 동무를 가진 장금이를 부러워하는 것 같다. 장금이를 자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드라마 구조상으로는 궁궐이라는 폐쇄 공간에서 사실상 거세된 채 살아가는 궁녀집단의 특수성 때문에 어머니와 딸 같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설정은 불가피했다. 엄마를 떼어놓고 온 아픔을 같이 겪었기 때문에 여자들끼리의 남다른 동무애가 있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궁녀집단을 가족으로 그리자는 기획의도가 있었다. 말하자면 연생이와 장금은 동기간이고 한 상궁과 장금이의 관계는 모녀지간이었던 셈이다. 드라마의 주제를 어머니로 가고 싶었다. 어머니라는 굴레를 강조하다 보면 여성을 옭아매는 측면이 있지만 여성의 가장 큰 강점은 ‘어머니성’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장금이 다시 궁에 돌아온 뒤 최고상궁이 된 금영을 만나 “행복하십니까. 행복하셔야 할텐데요”라고 싸늘하게 말하던 부분이나, 세자를 죽여달라는 중전의 권유에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권력의 손맛을 묻혀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라고 거절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공들인 대사가 있는가

가능하면 시청자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대사를 쓰려고 노력했지만, 솔직히 13부 이후에는 원고를 쓰기 바빴다. 전체적으로는 1부에서 장금의 아버지가 도사를 만나 세 여인에 대한 계시를 받는 대목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부분이라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한상궁 죽은뒤 시청률 압박감 시청률을 얼마나 의식했나

2001년에 내 이름을 걸고 쓴 첫 드라마 〈신화〉의 첫 시청률이 11%가 나왔다. 그때는 일주일 동안 잠이 안오더라. 그 다음 대본을 쓰고 어떡하든 잠을 자려고 애썼지만 중압감 때문에 못잤다. 시청률 무섭다는 것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는 내 생활 내가 요리하면서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했다. 초반에 시청률이 너무 올라 한 상궁 죽고 나서 안 보면 어쩌나 하는 압박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때문에 드라마 완성도에서 조금 떨어진 부분이 있을 거다. 장금이 관비로 내려간 제주도 부분이 간단하게 다뤄진 것도 빨리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민정호의 사랑은 조금 모호하다.

여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남자가 부각 안돼 솔직히 조금 괴롭다. 장금이와 그의 하는 일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남자로 그릴 수밖에 없는데 현실의 여자들은 그런 남자를 싫어하지 않느냐. 이 드라마에서 멜로를 쓰는 게 힘들다. 멜로를 못 써서 그럴 수도 있지만 궁녀라는 신분에서 멜로를 펼치는 게 초반에는 힘들었고 그 다음에는 장금의 석세스 스토리가 중요해지면서서 남자가 끼어들 틈이 좁아졌다. 그래서 철저하게 그 여자를 인정하고 후원하는 인물에 그쳤다.

다음 작품 계획은

김종학 프로덕션 소속으로 다음 작품도 이병훈 프로듀서와 함께 하기로 했다. 애초 〈토지〉를 하고 싶었는데 에스비에스에서 먼저 해 개인적으로 아깝다. 사극보다는 시대극이 더 매력적인데 마땅한 원작이 없어 〈대장금〉이 끝나면 감독님과 독서토론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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