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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폭풍속으로>의 배우, 김민준
2004-03-16

꽃무늬 남방, 하늘색 바지…. 긴 칼을 휘두르며 채옥을 지키던 <다모>의 장성백과는 거리가 먼 그의 등장에 사실 웃음부터 났다. 밖에선 3월의 뒤늦은 눈이 내리고 있었기에 그의 의상은 더더욱 눈에 띄었다. “현태는 자유분방한 캐릭터예요.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입었죠.” 지난 13일 첫방송된 SBS 새 주말극 <폭풍 속으로>(극본 최완규, 연출 유철용)에 캐스팅된 이후 그는 그렇게 줄곧 현태로 살았다. 동네 싸움꾼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로, 다시 외항선 선원으로 살아가는 거친 운명의 남자. ‘웨이브 장’이라 불리며 그의 유명세를 더해주었던 머리를 짧게 자른 것도, 없던 수염을 애써 기른 것도, 튀는 옷은 좋아하지 않는다던 그가 오늘 의상을 직접 선택한 것도 모두 현태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폭풍 속으로>의 제작 소식을 듣고 무작정 PD를 찾아갔을 만큼 현태는 그에게 아주 각별한 인물이다. 연기자의 길을 열어준 <다모>가 끝나고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는 쉼없이 연습에 빠졌다. <다모>를 다시 보며 어색한 발음을 되풀이하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나갔다. ‘그래 어디 한번 미쳐보자.’ 그 와중에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지금의 현태다. 진짜 연기자가 되어보겠다 결심하고 맡은 첫 캐릭터. 그래서인지 현태에 더 많은 애정이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장성백의 영웅심리가 아닌 김현태의 카리스마에 가깝다”며 현실의 자신을 현태 캐릭터에 결부시킨다. 스스로를 드러내듯 완벽한 현태를 연기하고 싶은 열정의 표현에서.

“본질이 거친 인물은 아니에요. 체질적으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할 뿐. 엘리트인 형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크면서 점점 비뚤어져가는 거죠.” 그런 현태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듯싶다. 본질이 나쁜 사람이 아니니 대놓고 거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 놓고 따뜻할 수도 없다. 거친 듯 따뜻함이, 따뜻한 듯 거침이 공존하는 인물. 김민준은 그 해답을 ‘눈빛’에서 찾았다.

“현태의 모든 삶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죠. 하고 싶어서 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그러니 몸과 마음의 연기가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두달에 걸쳐 일본에서 촬영된 이종격투기 장면은 그의 그런 잣대가 제대로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 살기 위해 이종격투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 희망을 찾아보려는 현태의 심리. 그 내면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잡아낸 그에게 이철용 PD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 선 굵은 연기자로 거듭나 있을 것”이라는 최고의 성찬도 함께 곁들여.

“대본을 받으면 머릿속에 그려보는 연습을 가장 먼저 해요. 하나하나 덧칠해가며 상상해보죠” 그래서인지 훨씬 부드러워지고 대담해졌다. <다모>때 끊임없이 지적되던 발음의 불분명함도 이미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 “이젠 제법 연기자의 자세가 잡혀가는 것 같다” 스스로도 이야기할 만큼. 그의 손에 징표처럼 박혀 있는 고생의 흔적도 그에겐 그저 현태가 주는 즐거움일 뿐이다.

이동통신 회사의 CF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그이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벤츠모델인 점을 알아주는 게 더 옳다. 같은 모델이라고 해도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가 바로 그곳이니. 내로라하는 명품 패션쇼의 메인을 도맡아하던 그가 선뜻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을 땐 말 못할 복잡함도 많았을 것이다. “과연 내 자리가 될지” 수없이 자문했을 것은 안 봐도 뻔하다. 게다가 첫 시도는 실패이지 않았던가.(그는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서 김희선과 잠시 사귄 직장상사로 등장했다.) 어차피 연기자로 성공해야겠다는 결심은 없었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더 의지를 심어주는 불씨가 되었다. ‘모델로도 성공했는데 연기라고 왜 못해.’ 한번 결심하면 거칠지라도 밀어붙이고 마는 그의 ‘현태스런’ 의지가 지금의 김민준을 있게 한 원동력은 아닐까.

그의 나이 스물아홉. 자신의 20대에 남겨줄 선물이 될 ‘현태’처럼, 그 역시 우리에게 남겨질 선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고 보니 그와 그, 많이 닮았다.

<폭풍 속으로>는 어떤 드라마?

<폭풍 속으로>는 <올인>의 유철용PD와 최완규 작가가 다시 뭉쳐 만든 24부작 대작드라마. 두 형제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통해 사랑과 야망의 의미를 새롭게 새겨보고자 한다. 김석훈과 김민준이 각각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현준과 이종격투기 스파링 파트너인 현태로 나오며, 송윤아가 김석훈과 애틋한 사랑을 펼치는 미선으로 등장한다.

김민준은

1976년 7월 24일 생

데뷔

S/S New Wave in Seoul 패션쇼(1995년)

출연작

드라마 <다모>(2003년)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년)

TV-CF <외환 은행><삼성 카드><벤츠><솔의 눈><삼성 케녹스> 등

수상경력

MBC 연기대상 신인상(2003년), 한국패션사진가협회 선정 최고의 모델(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