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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거짓말 너무 잘했나봐, <라이어> 촬영현장
김현정 2004-03-16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한 3월4일, 촛불 켜진 생일케이크를 앞에 두고 한 남자의 인생이 뒤바뀌고 있었다. 두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던 만철(주진모)이 마침내 거짓의 사슬을 끊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치밀하고 기발했던 거짓말 탓에, 그가 밝히는 진실은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3월10일 촬영을 모두 끝낸 <라이어>는 레이 쿠니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소동을 꼼꼼하게 구성한 영화. 택시기사 만철은 우연한 사고로 지명수배범 서장원을 체포하지만, 그 때문에 무사하게 꾸려왔던 이중생활이 들통날 위기에 처한다. 세밀한 시간표를 짜서 두집을 왔다갔다하던 일상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설상가상 가십을 뒤쫓는 옐로 저널의 김 기자(임현식), 만철과 서장원이 사실은 한패라고 믿게 된 박 형사(손현주), 만철의 사생활을 눈치챘다는 이유만으로 불쌍하게 가운데 끼이는 처지가 된 친구 상구(공형진)가 소동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인지, 양수리 세트에 모인 <라이어> 제작진은 감독이 “영화의 운명이 달렸다”고 믿는 대단원을 찍으면서도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촬영 초반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서먹했던 주진모와 공형진은 그새 친해져 장난을 멈추지 않았고,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은 케이크를 직접 드는 노가다까지 자처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 손댈 필요가 없었다. 생일에 인생이 바뀐다는 아이러니만 더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장소에 고정된 라스트를 지루하지 않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경형 감독은 좁은 실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촬영에 만족한 듯했다. 씨앤필름이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라이어>는 긴박하게 후반작업을 마친 뒤 4월23일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정진환·글 김현정

△ 만철의 두 아내는 서로를 남장여자로 혹은 상구의 아내로 착각하고 있다. 박 형사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은 또 다르고, 아파트 안에 모인 여섯명은 혼란에 빠져든다.

△ 주진모와 공형진은 쉬는 시간에도 정말 어린 시절 친구처럼 장난을 치곤 했다.(왼쪽 사진)

△ 케이크 접시를 제대로 못 든다고 촬영감독에게 구박받은 김경형 감독. (가운데 사진)

△ 100여개의 컷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촬영 사이사이 휴식을 취하는 제작진(왼쪽부터).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