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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구축된 파졸리니적 요소, <맘마로마>

Mamma Roma 1962년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출연 안나 만냐니

EBS 3월20일(토) 밤 11시

‘청년’의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를 그렇게 불러도 좋을 것이다. 마르크시스트이자 시인, 소설가, 그리고 영화감독이었던 파졸리니는 특정 유파에 묶이기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예수의 인간적 모습을 부각한 <마태복음>과 한 젊은이의 성적 모험, 권력관계에 관한 통찰을 담은 <테오라마>, 그리고 추문의 영화로 유명한 <살로, 소돔의 120일>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파졸리니는 반파시즘, 동성애에 관한 집착, 종교적 재해석을 스크린의 세계로 초대했다. <맘마로마>는 파졸리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파졸리니 감독이 비단 영화적 추문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중세예술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맘마로마는 포주인 카르미네 밑에서 일하던 매춘부다. 잠시 자유를 찾은 맘마로마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계획한다. 그리고, 그녀는 16살 된 아들 에토레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엄마는 아들만은 소시민의 환경에서 살게 되기를 바라지만 카르미네는 몸값을 내라고 한다. 맘마로마는 돈을 구하기 위해서 다시 거리의 여자가 되고, 아들 에토레는 친구들과 함께 절도를 하는 등 범죄에 빠져든다. <맘마로마>는 ‘매춘’에 관한 영화다.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에서 남자들을 유혹하던 일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가난 때문에 할 수 없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여기 종교적 번민이 끼어든다. 신부로부터 사회적인, 그리고 가정적인 책임의 문제에 대해 충고를 들은 어머니는 아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그렇지만 막상 아들은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선다. 범죄와 탈선을 되풀이하던 맘마로마의 아들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1950년대 이탈리아에선 네오리얼리즘 계열 영화들이 다수 만들어졌다. 데시카 감독의 영화가 좋은 예다. 그에 비해 파졸리니의 영화는 당시로선 (어떤 의미에선 지금까지도) 극단적으로 현대적이다. 하층민의 삶에 대해 고찰하면서 종교적인 구원이라는 주제, 그리고 영화 스타일을 부각하는 것은 파졸리니의 영화적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맘마로마>에선 특히, 로마라는 공간에 관한 탐색이 강조된다. 밤거리에서 남자들을 유혹하는 맘마로마의 모습은 트래킹의 활용으로 극히 매혹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도시 곳곳의 조형물들이 신화적인 암시와 상징으로 쓰이는 것도 유심히 살필 만하다.

“나의 영화 취향은 회화에서 나온다. 중세 화가들의 작품과 벽화의 모습을 머릿속에 지니고 있다.” <맘마로마>는 르네상스 예술과 특정한 회화적 유파에서 시각적 모티브를 빌려온다. 다수의 아마추어 연기자들이 출연하고 있으며 계급관계와 도덕의 문제를 들여다본 <맘마로마>는, 고전영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봐야 할 수작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