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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주의에 머문 산악영화, <빙우>
김태진 2004-03-18

연출의 중심이 조금만 더 반대쪽으로 기울어졌더라면 한국 최초의 본격 산악영화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빙우>는 주무대인 아시아크에 ‘그곳에 오르면 잃어버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진부한 사연을 입히고, 함께 조난당한 두 남자가 실은 한 여인을 사랑했었다는 우연을 억지로 끼워맞춤으로써 산악‘멜로’에 머물고 말았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풀어나가는 회상구조의 짜임새와 세부도 느슨해 흡입력도 떨어진다. <버티칼 리미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조난장면은 볼 만하지만 산악등반 장면은 앵글을 좁게 잡은 탓에 장엄한 영상미를 보여주지 못해 캐나다 로케이션의 빛이 바랬다. 기존의 산악영화들과 차별화될 만한 인상적인 장면이나 느낌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도 소재주의에 머물고 만 듯한 아쉬움을 준다.

아나모픽 2.35:1 영상은 윤곽선이 또렷하지 못하고 색조가 탈색된 한국영화 DVD의 전형적인 영상 톤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채도가 탁하고 색 순도도 낮아 색조와 질감이 거칠게 보여져, 기대했던 시원한 영상미의 구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돌비디지털 5.1 채널 음향은 천둥·번개소리가 임팩트감 있고, 날카로운 바람소리도 사실감 있게 재현된다. 대사 전달력은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음악의 분리도는 매우 좋다. 감독의 단편 <우물>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