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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세대교체와 르네상스의 신호탄, <칠수와 만수>

DVD에 들어 있는 감독과의 인터뷰를 보자. <칠수와 만수>는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1988년 올림픽 개막일의 분위기를 이용해야만 했단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당시 사회와 영화현장의 열악함을 기억하는 것은 <칠수와 만수> DVD를 감상하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하겠다. 영화로서 <칠수와 만수>는 한국영화 세대교체와 르네상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으며, 연출을 맡은 박광수의 전후에 위치한 유영길, 황규덕, 김동빈, 이현승, 안성기, 박중훈, 김수철의 이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만 소설이 원작인 연극으로 먼저 인기를 얻었던 <칠수와 만수>는 영화로 영역을 옮긴 뒤에도 사실성을 잃지 않았다. 비전향 장기수의 아들과 기지촌 출신의 두 청년이 마주한 현실사회를 가감없이 표현한 <칠수와 만수>엔 상업영화로선 드물게 힘과 진실이 담겨 있다. 16년 사이에 세상은 바뀌었지만 칠수가 타던 버스의 모양은 그대로인 지금이고 보면, 칠수와 만수가 2인승 자전거를 몰고 가던 모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새로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면 리마스터는커녕 텔레시네의 과정을 거쳐 DVD로 제작되는 것만도 고마운 한국영화의 현실은 <칠수와 만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화질은 그런대로 감안한다고 쳐도 갈라지는 음성을 듣는 건 괴롭다. 짧은 감독론과 인터뷰를 포함한 20여분의 부가영상은 영화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