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새 영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폴리와 함께>
2004-03-20

"옛날에 하마가 한 마리 있었는데 자기가 하마인 게 그렇게 싫더래. 그래서 몸에 줄을 그었지. 얼룩말처럼 보이려고. 그런데 그렇다고 얼룩말이 되겠어? 결국 그냥 하마처럼 살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그때부터 행복해졌다더군."

'소심남' 루벤(벤 스틸러)은 신혼여행에서 신부가 프랑스인 스킨스쿠버 강사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줄 그은 하마' 이야기는 이 프랑스 남자가 위로랍시고 해준 얘기.

해줄 수 있는 모든 저주를 퍼붓고 일상으로 돌아온 루벤.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위로는 부담스럽기만 하고 결혼 선물로 가득 찬 집은 쓸쓸할 뿐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채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에게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동창생 폴리(제니퍼 애니스톤)가 나타난다.

보험회사의 득실(得失) 분석사로 루벤은 철저한 안전우선주의자다. 길을 건널 때 사망 가능성을 계산하고 호프집에서 땅콩을 집어먹을 때는 머릿 속에는 평균 세균수가 떠오르는 극단적인 '웰빙' 우선주의자.

그런 그에게 폴리는 너무 위험한 여자다. 집안은 항상 난장판인 데다 직업도 잔혹한 그림을 그려대는 동화 작가로 전망이 없다. 무엇보다도 다른 남자와 야한 춤을 즐기는 그녀를 보는 것은 한번 눈 앞에서 신부를 놓친 경험이 있는 루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괴로운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둘 사이의 사랑이 깊어갈 무렵, 신혼여행지에 눌러앉았던 전 부인이 나타난다. 루벤과 재결합을 원한다는 것. 게다가 결혼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폴리는 점점 루벤에게서 멀어지려고 하자 루벤의 마음은 두 여자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내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폴리와 함께>(원제 Along Came Polly)는 철저하게 정리된 삶을 사는 소심한 남자와 히피스타일의 자유분방한 여자 사이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로 익숙한 벤 스틸러와 시트콤 <프랜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데다 <미트 페어런츠>의 각본을 썼던 존 햄버그 감독이 시나리오와 함께 연출을 맡았으니 일단 기분좋은 코미디 한 편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일단 대조적인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잘 설정이 돼 있는 편이지만 영화가 주는 주된 웃음은 캐릭터에서보다는 화장실 유머에서 나온다. 주인공이 '재난'상태의 곤란함에 빠지게 되는 이런 식의 유머는 제법 웃음을 주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영화 전체를 끌고가기는 힘에 부쳐 보인다.

느닷없이 사랑에 빠지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랑을 이뤄가는 식의 평범한 줄거리는 특히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한계를 드러낸다. 부담없이 즐길만한 코미디라고 흐뭇해하면서도 극장문을 나설 때 하품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상영시간 89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