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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청춘 스케치 [3] - 촬영부 유광선

힘만 좋으면 된다기에 촬영부 유광선

유년 시절 유광선(26)씨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지금 그는 <발레교습소>의 ‘촬영부’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단역이지만 ‘배우’도 한다. 헷갈린다. 유광선씨는 “인터넷 검색을 해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몇편의 독립영화 작업 참여를 껄껄껄 알려줬다. 그때 역시 스탭도 했고, 배우도 했다. 곧 촬영에 들어갈 <신부수업>이란 영화에서는 건달로도 출연한다. “워낙 까부는 걸 좋아한다. 연출을 하자니 몸이 가만히 안 있고, 연기를 하자니 스탭도 하고 싶고, 아직 정확하게 못 잡고 있다”는 그는 “병적으로 활달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같이 술 한잔 기울이고, 귀가하던 중에 전화를 받는다. 호쾌한 목소리로, “형님, 잘 가고 계시죠!”

-01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지금 퍼스트하고 있는 형님이 촬영부 막내 구한다고 해서 들어가게 됐다. 힘만 좋으면 된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 12월 초 <발레교습소> 오디션 봤었다. 연락 안 오기에 스탭으로 1월 중순경에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1월 말 오디션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미 일하기로 결정한 뒤라 어쩔 수 없었다

-02 일을 시작하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점은.

=다른 점? 없었다. 사람 일이란 다 똑같구나, 그런 생각했다. 대신 열심히 살아야 되는구나, 느꼈다. 물론 독립영화 때하고 달리 기준이 딱 잡히고, 분야가 정해져 있어서 좋다. 말로만 듣던 티테이블도 있고. 하지만 일하는 건 어느 현장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03 일하면서 욕먹었던 일이나 칭찬받았던 일은.

=군대에서 막내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얘기 듣고 들어왔다. 그래서 한 보름은 죽을 뻔했다. 힘든 건 없었는데 떠들고 싶어서. 그런데 오히려 위장군기, 똥군기(역: 까부는 데 점잖은 척하기) 잡는다고 혼났다. 분위기 잡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랬으니까. 벌써 딱 보면 사이즈 다 나오는 걸…. (웃음) 요즘은 많이 친해져서, 오히려 너무 떠들어서 혼난다. 또, 가끔 집중 못하고 멍하니 카메라 다리 붙잡고 다른 생각하고 그럴 때. 사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여자친구하고 헤어졌다. 촬영감독님은 약간 빈정거리면서 “난 네가 퍼스트 되면 어떨지 한번 보고 싶다”고 놀리기도 한다.

-04 친구들이 내가 하는 일을 부러워할 때.

=거의 다 부러워하는 것 같다. 돈이 필요한 세상이고, 돈 좇아서 사는 세상이지만, 돈 때문에 사는 것같아 보이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것 하는 용기를 부러워한다.

-05 친구들이나 가족이 쯔쯔 혀를 찰 때.

=미친 놈, 힘든 세상에 뭐하는 짓이냐, 그러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 앞뒷면 같은 것 아닌가? 부모님 빼고는 다 인정해주는 것 같다. 부모님은 그냥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06 그때 엎어버리고 싶었다.

=그런 적은 없다. 아무리 재보고, 까보고, 뒤집어봐도 아닌 건 아닌 성격이다. 옥황상제도 안 된다. 왜 나만 시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내 체력을 감안하고 시키는 건 아니지 않나? 현장에서는 당연한 내 일 아니겠나? 충분히 이해된다.

-07 힘들 때 위로하는 방법은.

=샤워한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안 힘들려고 한다. 그래서 술을 더 먹게 되는 것 같다. 촬영 들어와서 한 일주일 빼고는 다 술마신 것 같다. 이 일이 막노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노동이니까.

-08 혹시 벌써 직업병이.

=평상시에 이렇게 앉아서 뮤직비디오 같은 거 보고 있어도 저거 촬영은 어떻게 했구나, 조명은 어떻게 했구나 보게 된다.

-09 로또에 당첨돼도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인가.

=곧장 내가 주연하는 영화 만든다. 제작도 싫다. 니네가 알아서 하라고 할 거다. 대신 내 캐릭터에 맞는 주연만 시켜달라고 할 거다.

-10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상은.

=송강호 선배처럼 많이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임현식, 주현 선배님들처럼 세상에 묻어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대신 자기 시간날 때 촬영도 하고. 기타노 다케시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