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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시대 개막하다, CJ-시네마 서비스 전략적 제휴
김수경 2004-04-14

쇼박스의 급부상으로 3자 구도 정립 이뤄져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 두 메이저 배급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사건은 지난 4월9일 CJ와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가 플레너스를 인수한 것이다. 총 800억원으로 플레너스 지분 18.8%을 인수하는 계약에서 CJ는 380억원, CJ는 420억원을 출자했다. 플레너스의 경영권은 CJ쪽으로 넘어갔지만 3년간 현재 방준혁 사장의 경영권은 보장된다. CJ의 입장에서 플레너스 인수는 이강복 대표 체제부터 강조한 “영화나 음악보다 큰 게임산업”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크다. 지속적으로 진행된 복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향한 CJ의 수평계열화 작업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한편 1월14일 조회공시, 이사회 통과, 4월26일 임시주총, 5월28일 분리예정 순으로 플레너스로부터의 물적 분할이 결정된 시네마서비스는 독립적인 경영과 회사구조 확보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시네마서비스의 밑그림에 CJ와의 제휴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두 메이저의 행보가 충무로의 새로운 머니게임과 지형도 변화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기는 지점이다.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전략적 제휴는 1년 전에도 추진했던 일이지만 이번엔 CJ가 시네마서비스의 분리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플레너스로부터 시네마서비스가 분할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자금 8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CJ가 댄다는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의 자체 조달 400억원, 뉴브리지캐피탈로 추정되는 외자 200억원, CJ가 참여하는 금액 200억원 등이 시네마서비스 분리에 필요한 자금 800억원을 구성할 예정. 800억원이라는 전체 금액의 산출 근거는 시네마서비스가 500억∼600억원, 프리머스 시네마가 150억∼200억원, 아트서비스가 50억∼100억원으로 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CJ엔터테인먼트 박동호 대표는 “한국 영화시장이라는 큰 틀에서 시네마서비스와의 호혜한 제휴를 통해서 시너지를 내고 각 회사의 운영이나 사업은 달라진 것 없이 독립된 형태로 경쟁하며 진행한다”고 말했다.

CJ, 게임분야와 케이블TV 보강 위해 플레너스 선택

그런데 CJ는 왜 시네마서비스가 빠진 플레너스를 인수하고 경쟁자인 시네마서비스에 자금지원을 하는 것일까? 이유를 찾자면 CJ가 그리고 있는 미래부터 살펴봐야 한다. 먼저 대부분 엔터테인먼트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AOL타임워너’를 꿈꾸는 CJ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업분야를 보강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은 공중파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없는 한국의 미디어시장에서 주요한 사업영역에 속하는 케이블TV 분야와 영화시장보다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게임분야다. 지난해 CJ가 플레너스 인수를 추진했던 이유도 넷마블을 통해 게임분야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구상 때문이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시네마서비스와 분리된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그렇다면 플레너스에서 떨어져나온 시네마서비스에도 돈을 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지점에선 케이블TV 분야와 극장분야에서 진행 중인 오리온과 CJ의 경쟁구도가 크게 작용한 걸로 보인다. 케이블TV 분야를 예로 들면 CJ가 CJ미디어와 CGV를 축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가 CJ쪽보다 상당히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오랫동안 케이블쪽에 공을 들인 오리온은 케이블TV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온미디어는 케이블TV의 대표적인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자리잡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초기에는 생소한 채널들에 대해 과감히 투자하고 기획”했다. 동시에 음악과 영화로 대표되는 기존의 킬러 콘텐츠 채널의 시장점유에도 소홀함 없는 관리를 기울였던 점이 현재의 선도적 위치를 가능하도록 했다. 엔터테인먼트의 영역 구분이 갈수록 옅어지는 산업적 변화에서 오리온과 CJ의 경쟁은 분야별로 산발되기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에 의해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CJ-시네마서비스 제휴를 통해 시네마서비스의 일정한 콘텐츠 지원을 보장받을 CJ는 그것을 온라인 윈도인 마이엠과 넷마블의 VOD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케이블TV 분야에서 자회사인 홈CGV의 라인업을 강화하여 온미디어를 위시한 영화채널과 경쟁하는 무기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관계자는 “케이블TV 분야가 강해지면 콘텐츠의 투자·배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케이블TV 시장은 영화 투자·배급과도 연관된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와 CGV가 경쟁하고 있는 극장분야도 중요하다. 가시적인 이익은 아니지만 프리머스 시네마와 CGV간의 논의를 통해 극장사업에서 중복투자나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는 핫라인이 설정된 것은 1200개가 넘은 국내 스크린 현황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미래를 감안하면 작은 이익으로 치부할 수 없다. 결국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의 오리온과 CJ간의 복합적인 국지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시네마서비스, 캐스팅보트를 쥐다

그 전쟁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전통적인 영화콘텐츠기업인 시네마서비스이다. “현재는 삼성이나 대우가 영화시장에 참여했던 시절이나 마찬가지”라는 시네마서비스쪽 표현처럼 1999년 <쉬리>의 빅뱅이 일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시네마서비스와 영화산업 신규진입 자본 혹은 대기업의 사이에는 공유와 경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 존재했다. 과거 비디오판권을 얻기 위해 삼성과 대우가 경쟁하던 시절에도 시네마서비스의 콘텐츠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 그렇다면 이번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제휴는 얼마나 장기적인 것이 될 것인가? 최근 몇년간 영화산업이 보여준 격동에 비춰보면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4월19일부로 MK버팔로라는 사명 아래 강제규필름과 한식구가 되는 명필름 이은 이사는 “CJ는 자신의 자산으로 복합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한 것이고, 지난해처럼 물적 분할하지 않은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직계열화나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제휴는 한시적인 사안이므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아무튼 과거 삼성이나 대우의 시행착오를 보완하여 자본을 재무장하고 입성한 CJ의 복합엔터테인먼트기업을 향한 확장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플레너스로부터의 물적 분할 과정에 대해 시네마서비스쪽은 “4월17일경 강남과 충무로를 오가는 분가 형태를 끝내고 충무로로 공간을 일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네마서비스의 물적 분할은 플레너스 이사회에서 이미 결정되었으며, 4월26일 플레너스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 5월28일을 분리기점으로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로써 시네마서비스는 2001년 3월 로커스가 시네마서비스의 주식 62.7%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오랜 복합엔터테인먼트의 노정을 끝내고 영화사업에 집중하는 과거의 독립된 영화전문기업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다른 기업과의 연합체를 구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경영권과 운영에 영향을 끼칠 만한 지분을 넘기는 변화는 시도하지 않겠다”는 강우석 감독의 표현은 ‘독립’된 회사구조에 대한 의지와 개별 영화사가 다른 자본과 결합하는 일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동시에 나타낸다. 이러한 시네마서비스의 ‘독립’에 대한 확실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CJ와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근거는 사업 규모와 기업체의 크기를 감안할 때, 어느 관계자의 표현처럼 “CS가 예전처럼 홀로 자본을 조달하고 사업할 규모를 넘어선 리딩 컴퍼니”라는 물리적 환경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너스에서 독립한 시네마서비스가 경쟁자인 쇼박스와 CJ를 상대로 제휴파트너 선택을 위해 저울질했던 과정은 당연한 결과이다.

본격적인 3대 메이저 경쟁시대 개막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 영화시장은 시네마서비스, CJ, 쇼박스 등 3개 메이저가 경쟁하는 본격적인 3강 시대로 접어들었다. “쇼박스의 라인업이 본격화되던 시기부터 이러한 경쟁 구도의 가속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시네마서비스의 김인수 전무는 말했다. 과연 3대 메이저의 경쟁은 한국 영화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선수 구성이 다소 바뀐 흥미로운 리그가 다시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