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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의 작업 스타일 엿보기, <8명의 여인들>
심은하 2004-04-16

영화 속에서 언제나 남성을 죽여왔던 오종은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에서 아버지를 또 한번 심판대에 올렸다. <시트콤>에서의 죄목이 가족에 대한 무관심이었다면 이번엔 여인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다. 문어발적이며 권력지향적 사랑이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에서는 용케 살아남았지만 아내뿐 아니라 처제와 하녀까지 건드린 가장은 에서 결국 용서받지 못한다.

오종의 뮤지컬에 대한 욕심은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에서부터 읽을 수 있다. 그때 파스빈더를 인용하였다면 이번엔 로버트 토마스의 3막 연극으로 리메이크를 한 것이다. 음악은 알랭 레네의 립싱크 뮤지컬 <우리는 그 노래를 알고 있다>와 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의 중간방식을 취하였는데 프랑스에서 60∼80년대 불렸던 음악들을 재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오종이 한 일이란 배우 캐스팅과 음악선곡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캐스팅과 선곡의 힘을 무시 못한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노래하는 이자벨 위페르와 다니엘 다리우의 목소리에는 원곡에서도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인생의 경험이 묻어 있다. 3장의 디스크는 한정된 지면에서 모두 설명할 수 없을 분량의 서플먼트를 담고 있는데 특히 1시간 분량의 메이킹 다큐는 오종의 작업 스타일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NG 컷 장면은 가장 실수를 많이 한 배우가 의외로 이자벨 위페르임을 보여준다. 프랑스판 DVD에는 오종의 영화가 원작과 얼마나 유사한지 가늠할 수 있는 2시간 분량의 연극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국내판에는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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