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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크리스마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김태진 2004-04-16

뉴욕대 영화과 시절에 에로영화들에 심취했다는 이건동 감독이 원래 구상했던 이 작품의 원형은 22명의 등장인물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숏컷>의 ‘에로 앙상블 드라마’였다고 한다. 하지만 상업영화로 옮겨지면서 캐릭터는 경찰과 조폭, 볼링장 아가씨 등 3명을 중심으로 간추려졌고, 줄거리도 온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찰관과 조폭 두목의 해묵은 원한(!)과 연애의 3각관계로 간략화되었다. ‘크리스마스’와 ‘에로’라는 선뜻 연관시켜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두 단어를 과감하게 결합시킨 야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에는 코믹이나 에로 어느 한쪽에도 굵직한 포인트가 없어 예상되었던 엽기멜로나 코믹에로의 쾌감보다는 오히려 감독의 고향인 대전시 유성구의 홍보영화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욕설이나 엽기적인 묘사는 많이 줄었지만 그것들의 공백을 메울 만한 맛깔난 대체재가 없어 이런 종류의 영화들도 소재가 거의 고갈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나모픽 1.85:1 화면은 선명도는 평균 수준이고 지글거림과 색뭉침도 약간 있지만, 밝고 깔끔한 색상 덕분에 대체적으로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격투장면의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감쇄시킨 까닭에 돌비디지털 5.1 채널의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대사와 음악은 또렷하다. 본편 디스크에는 예고편 모음과 스틸 갤러리가,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제작 다큐멘터리와 등장인물 소개, 배우 인터뷰, NG모음, 뮤직비디오, 포스터 촬영 광경 등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