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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으로 쓰는 영화 해석, 행위예술가 박창수
오정연 2004-04-16

드레이어, 무르나우 등의 무성영화에 즉흥 피아노 연주를 덧붙이는 작업을 해왔던 행위예술가 박창수씨. 3월20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장 엡스탱의 <라 벨 니베르네즈>가 그의 연주와 함께 상영됐다. 100여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까지 마친 그와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됐나.

전공은 작곡이었고, 중2 때부터 퍼포먼스를 했다. 가족 중에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다양한 예술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즉흥연주는 지난해 전주영화제 때 처음 제안받았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한번 부딪쳐보고 싶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디지털로 영화제작을 하기도 한다. 내가 만든 영화에 직접 음악을 작곡하려고.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고, 편집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것이라서 내가 원래 해왔던 작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영화는 어제 처음 봤고, 오늘 자막 확인차 한번 더 봤을 뿐이다. 작곡하는 영화음악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이런 즉흥 연주는 오히려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느낌을 관객에게 음악으로 전달한다는 뜻인가.

영화에 대한 나의 ‘해석’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다. 연주 중간에도 화면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진행 정도만 체크한다. 개개의 장면에 음악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파악한 전체적인 색깔을 음악의 흐름과 일치시키기 위해 고민할 뿐이다.

‘앗, 실수했다’ 싶은 순간이 있나.

당연히 있다. 각기 다른 장르가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즉흥은 위험할 수밖에 없고 완벽을 기대하면 안 된다. 아까 시작할 때도 처음에 우연히 눌러진 음이 E#이었는데, ‘이게 아닌데’ 싶었다. 하지만 그걸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집요해졌다.

이런 공연은 일반 관객에게 아무래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천천히 익숙해질 것이다. 예전에는 공연만으로 끝냈더니 아쉬운 점이 많아서,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제안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관객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공연을 계속할 생각인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외국 즉흥연주자 3명과 함께 공연한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6월 독일 초창기 호러영화제에서 연주하기로 했다. 관객이 나의 연주와 함께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런 색다른 해석도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글 오정연·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