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영화미술은 배경이다, 이유와 의미가 있는 - <분신사바> 미술팀 오선호
김도훈 2004-04-19

<분신사바>의 촬영현장, 스피디하게 흘러가는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할 미술팀은 바쁘다. 초록색 티셔츠에 아무렇게나 가다듬은 머리, 셀 수 없는 피어싱을 하고 황급히 뛰어다니는 미술팀 막내 오선호(32)씨와 마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인터뷰를 거부하는 그를 잡기위해 현장에 있는 홍보사 직원의 권력까지 빌려야 했다.

굉장히 바쁜가보다.

아, 지금은 정신이 없다.

간략하게 할 테니 긴장하지 마라. <분신사바> 미술팀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시각디자인과를 나왔다. 지금의 미술팀장과 작업실을 같이 한 적이 있어서 참가하게 되었다.

그럼 영화미술은 완전 초짜인가.

그렇다. 게다가 장르영화니까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컨셉을 보여주어야 하는 게 더 힘들다. <장화, 홍련> <여고괴담>, 그외 일본 호러영화들을 많이 참고하는 중이다.

이전에 하던 디자인 일과 다른 점이 뭔가.

디자인 작업은 결과 하나만을 생각하며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영화는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작업의 전체적인 그림을 떠올려야 한다. 준비할 일들도 많다. 그래도 다른 디자인 계통 일보다 보람이 크다.

첫 영화인데 벌써 보람도 느끼고…. 어떤 점이 제일 보람있나.

영화미술은 일종의 배경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는 배경에 걸린 그림 하나도 이유와 의미를 담아서 고르게 되었다. 관객일 때는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영화에서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숨겨놓은 영화 속의 힌트들을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어떤 영화를 가장 하고 싶나.

내가 참가할 수 있는 영화라면 다 좋다.

하나만 골라봐라.

음… 제니퍼 로페즈가 나왔던 <셀> 같은 영화. 그 영화는 정말 미술 빼면 시체였다. 그렇게 미술이 강렬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영화미술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라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미술, 소품, 의상팀들이 원할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고. 이런 시스템에 변화를 줘서 크게 한덩어리로, 유기적으로 서로 결합되어 진행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미술을 하려는 다른 초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준비단계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준비를 열심히 하자!

인터뷰를 마친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촬영까지 마치고는 황급히 뛰어갔다. 촬영장인 학교의 여고생들에게 그는 ‘김C’로 오인받곤 한단다. 김C, 초짜의 정신을 언제나 잃지 마시기를.

글·사진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