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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작은 영화에도 부가판권 시장 활성화
2004-04-20

지난 연말 작은 영화 살리기에 관한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때 토론자로 참여했던 작은 영화 제작자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수익성에 있었다. 예컨대 제작비 5억원, 마케팅비 1억원, 합쳐서 6억원이 투자된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으려면 전국적으로 20만명의 관객이 들어야 하는데, 일반 메이저 영화로서는 아무것도 아닌 관객 수일지 모르지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블록버스터급 흥행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나. 당시 자리에서 나온 대안으로는 부가판권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예컨대 부가판권 시장이 탄탄하게 자라서 편당 평균 3억원 정도의 수익만 보장해준다면, 극장의 손익분기점은 10만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평균 비디오 판권료만 3억, 4억원을 호가하던 1990년대 초중반에 비해 VHS 시장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DVD나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부가판권 시장이 등장했음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작은 영화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제작비 지원이나 전용관 건설과 같이, 제작과 상영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나 마케팅 대행에 대한 고민과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이것들이 매우 긴요한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부가판권 시장을 통한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 역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리라 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제안이라고 해도 좋고, 그냥 심심풀이 상상이라고 해도 좋겠는데 영화진흥위원회가 아트플러스 예술영화관 체인을 통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에 대해 ‘아트플러스’라는 상표로 브랜드화해서 VHS와 DVD를 발매하는 것은 어떨까?(물론 아트플러스를 통해 개봉되지 못하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까지 포함시킨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학교나 도서관, 기타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이 이 VHS나 DVD를 구매할 경우 일정 비율의 금액을 영진위가 환급해주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중·고등학교만 대략 1만곳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각 대학, 국립도서관을 비롯한 각 지역 도서관이나 문화센터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필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카탈로깅이 이루어지고, 홍보와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이러한 공적 수요로 인한 편당 1억원의 매출효과는 생겨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나의 예일 뿐이지만 이런 식으로 부가판권을 통해 작은 영화를 살려나갈 수 있는 방법은 꽤나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한국영화 다양성 증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다양한 관객의 탄생이겠지만….

조준형/ 영상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