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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보증보험 - 심사·평가 전문인력과 조직구성이 핵심
김수경 2004-04-21

완성보증보험 정책 도입 배경과 업계 반응

완성보증보험제도(이하 완성보증) 도입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전경련 문화산업특위의 발족과 세미나는 완성보증보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는 4월12일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재론되면서 문화산업계 전체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의 골자는 문화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하여 문광부가 금융계, 전경련과 공동으로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고 문화산업완성보증보험제도를 2005년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 편집자

전경련에서 완성보증보험제도의 도입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이병욱 산업조사실장의 “아이디어 자체로는 간단한 개념”이라는 지적처럼 완성보증은 “약속된 제작기간과 예산 범위 내에서 영상물을 제작완료하여 배급자에게 인도하는 것을 완성보증사가 보증”하는 평범한 개념이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는 “제작자, 배급사, 투자자 또는 은행과 완성보증사간 계약을 통해 상호간의 리스크 헤지(Risk Hedge: 투자 행위에서의 위험 회피)를 통한 전반적인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방안으로서 문화산업의 안정적인 제작 및 투자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핵심은 언급되는 리스크가 제작리스크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흥행리스크는 완성보증제의 고려사항이나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소금인형>의 제작 중단은 투자자인 CJ의 자발적 중단이긴 하지만, 그것이 제작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완성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라는 가정을 세우면 완성보증사에서 그때까지의 제작비를 투자자인 CJ쪽에 지불하고 판권을 포기하거나 향후 이 프로젝트를 직접 인수해서 완성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1950년 런던에서 완성보증 서비스를 시작한 완성보증업의 원조로 꼽히는 필름파이낸스사의 경우를 보자. 이제까지 총 2천편의 완성보증을 맡은 이 회사가 실제로 촬영을 떠맡은 작품은 8∼10편, 완성을 중도포기한 작품은 없다. 이것은 완성보증사가 제작사에 버금가는 평가능력 및 제작진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완성보증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들을 살펴보자.

(1) 제작자와 배급사간 배급계약 체결

(2) 제작자와 완성보증사간 보증계약 체결, 완성보증사의 완성보증서 발급으로

보험사는 은행에 보증채무를 발생시킴

(3) 배급사의 배급계약서와 완성보증계약서를 토대로 은행에서 융자 실시

(제작자와 배급사간 체결된 배급계약에 명시된 미니멈개런티를 가치 평가하여 담보로 취득 후 대출)

(4) 필름완성 후, 배급계약에 의거하여 배급회사에 필름을 양도

A : 영화제작자(프로덕션)

B : 은행 - 완성보증보험을 활용하는 일반 시중은행

C : 배급회사 - 완성 후 필름을 이용한다. 전형적인 네가티브 픽업 계약에 의해 거래하는 경우 단독 메이저 사가 필름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배급사는 은행이 독립계 프로덕션에 융자할 때 신 용제공을 이행한다.

D : 완성보증보험사 - 필름제작 완성 및 배급사에 대한 필름 양도를 보증한다.

E : 재보험회사 - 완성보증보험사의 리스크를 재보험에 의해 커버.

F : 보험회사 - 영화제작 공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커버(기계고장, 캐스트와 스탭진 상해 등)

자료 출처 l <문화산업 완성보증제 도입 타당성 검토> 정책보고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누가, 왜 추진하나?

완성보증제 검토에 적극적이며 전경련 문화산업특위 세미나에서 이 제도를 발제했던 삼일회계법인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담당 김광호 상무는 “제작리스크의 위험회피만으로도 문화산업의 투자는 현재보다 매우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덧붙여 “앞으로 완성보증제가 문화산업의 성장과 투자활성화의 최소 기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경련, 문광부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은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 문화산업의 추가재원 확보와 산업화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은행과 대기업을 위시한 대규모 자본이 문화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으로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완성보증’제도를 요구”했다고 전경련쪽은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수혜자가 기존의 메이저 업체들보다는 군소 제작 주체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 아이템이나 기획을 갖고도 투자 현실이나 시스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제작자들의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문화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삼일회계법인 박문흠 이사의 견해다. 요약하면 첫째는 투자활성화로 자금조달 크기와 루트의 확대, 둘째는 문화산업의 인프라 구축이 된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관점의 문제이다.

누가 평가하고 결정하나?

영화를 위시한 문화산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투자조합이나 다른 인프라 구축의 문제처럼 완성보증도 ‘심사’와 ‘평가’를 하는 전문인력과 조직구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검증된 전문심사인력이 운용하지 않으면 국내에 걸맞은 제도로 정착하거나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기존의 투자조합이 맛본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완성보증제 논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최재원 아이픽처스 대표는 “시도 자체는 전적으로 긍정적이다. 다만 이것을 펀드로만 인식해서 수익률이나 ‘자본의 논리’에만 집착한다면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과 안정적인 자금조달이라는 원래 목적을 모두 놓치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작 업계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심사조직’에 기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완성보증은 펀드보다는 문화산업의 인프라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경련 관계자도 “기존 대기업이나 관료 조직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질서파괴적인 전문가집단으로 정예화하여 구성해야 한다”라는 의견으로 새로운 조직구성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추진 주체쪽은 “엄격하고 효율적인 실사시스템으로 경험이 쌓이면 일정한 제작모델이나 패턴의 산출이 가능”하므로 ‘투명성’이 제고된다고 낙관한다. 이에 대해 메이저의 한 관계자는 “충무로에 이미 실사권은 충분한 영역에 존재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제작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영화산업에 대한 전문적 시각 아닐까?”라는 현실론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메이저 “수수료 부담” 신중론 제기

전경련이나 회계법인쪽이 예상했던 대로 메이저급 제작사들은 “특별히 득실이 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혹은 “국내시장에서 특별히 실효성이 없을 것”과 같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존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자체 투자, 회계능력, 제작진행 능력이 검증된 부분이 많아서 완성보증에 대한 실질적 필요성이 적다.

미정이지만 순제작비의 2.5∼3%선이 될 보증 수수료는 메이저들에게 제작비의 추가비용으로 인식된다. 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1팀 석동준 팀장은 “요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급격한 제작비 상승을 겪는 현 상황에서 선뜻 추가비용으로 보증수수료를 감당하려는 메이저사는 거의 없을 것. 할리우드와 다른 한국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4월14일 영화전문보험회사 ‘올포무비’를 창립한 영화보험전문가 안용진 대표는 재보험 관계의 현실적 어려움이나 수수료율의 실현 가능성을 예로 들며 ‘시기상조’의 우려를 표시했다. “당연히 필요한 제도지만, 급박하게 진행될 경우 실질적 효과가 줄어들거나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이 제도는 과당경쟁이나 여러 요인으로 인해 재검증과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신중하고 지속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레 겁먹을 이유없다

현장의 전문가들에게는 완성보증에 대한 견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시장을 향해 다가오는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이유는 어느 곳에도 없다. 완성보증을 ‘전가의 보도’로 착각하지 않는다면 성패와 상관없이 하나의 방법론이라고 수용하면 된다”라는 사람과, “시장의 제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하향식 정책 시행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관계자도 있다. 소규모 제작사나 젊은 시장참여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문화산업의 제작방식을 개척한다는 완성보증의 기본적 논리를 고려하면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다. 시장 상황이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입’식 정책 강행이 아니라면 시행착오는 수업료 개념으로 지불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