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이란다. 아직도 버스에서 자리를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한살이라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선배대접을 하고, 피 한 방울 안 섞여도 형, 언니, 누나,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제 가족과 다름없이 부르는 이 동방예의지국의 젊은이들이 더이상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다. 어른이란 ‘단지 나이가 많은 사람’이며 나이가 많다는 것은 ‘늙었다. 한물갔다. 구식이다. 고리타분하다’ 정도로 생각한다. 어른을 우습게 아는 것은 옛날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대해서 우리의 의식은 ‘못산다. 원시적이다. 촌스럽다. 낙후됐다. 더럽다. 싸구려. 무식하다’는 것이 보편 정서가 돼버렸다. 그런 까닭에 옛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아주 무례하다. 텔레비전에서 10년 전, 20년 전 생활상을 보여주면 폭소를 터트리며 헤어 스타일을 비웃고, 패션을 비웃고, 말투를 비웃는다. 그리고 간혹 옛것이지만 훌륭한 것을 발견할 때는 “그 당시에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는지 대단하다”라고 경솔하게 말하곤 한다. ‘그 당시’가 어땠는지 살아본 적도 없는 풋내기들이 함부로 지껄인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기계들의 속도와 몇 가지 커뮤니케이션 장치들과 화폐가치, 그리고 나빠진 환경이다. 종교가 신에게로 더 가까이 간 것도 아니고, 철학이 더 발전한 것도 없고, 새로운 예술사조가 등장한 것도 없다. 음악, 미술, 영화, 패션 등 창조적인 분야는 오히려 옛것을 반복적으로 모방하기에 급급할 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나이든 사람은 여전히 우습게 여기고, 옛날은 무조건 지금보다 원시적이었다는 의식을 조장하는 원흉들은 장사꾼들과 정치인들이다. 장사꾼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 아직도 그런 걸 쓰십니까. 최첨단 신기술, 신소재. 인생을 업그레이드하세요!” 하루종일 어디서나 떠들어대는 광고들은 언제나 옛것은 후지고 지금 것이 최고라고 까불어댄다. 권력자들도 우리가 옛날엔 얼마나 못살았는지 누누이 강조해야 국민들이 현실에 불만을 덜 가질 터이다. 이렇게 집요한 자본주의 광고의 세뇌공작 속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소비자로 길들여진다. 소비자는 왕이므로 그 누구도 존경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경심이 사라져서 슬픈 존재들은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미래는 역사 속에서 힌트를 얻고, 선배에 대한 동경이 꿈과 용기를 갖게 하며, 어른에 대한 존경만이 그 자신이 어른이 될 수 있는 교양과 인격을 전수해줄 수 있다. 과거를 홀대하고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젊은이들은 사고 싶은 것은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꿈이 없으니 미래가 두렵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를 존경해야만 극복될 수 있다. 존경은 성공과 기쁨과 행복을 물려받는 일이다.
김형태/ 무규칙이종예술가 www.theg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