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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물밑에서 시작되는 공포, <령> 촬영현장
오정연 2004-05-03

4월18일. 경남 함양 기백산 자락에 위치한 용추폭포에서는 <>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용추폭포는 언뜻 소박한 규모의 평범한 폭포 같지만, 심상찮은 용소의 짙푸름은 영화 속 비극이 시작되는 곳으로 어울려 보인다. <>은 사고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지원(김하늘)이 친구들의 의문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잊혀진 과거를 기억해내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 감독에 따르면, 각각의 죽음은 “단순히 무서운 것이 아니라 찜찜한 죽음으로 ‘물’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날의 촬영분량은 지원이 수인(남상미), 은서(빈), 미경(신이), 유정(전희주) 등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계곡에 놀러왔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 지원은 이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된다. 은서, 미경, 유정이 경직된 표정으로 물에 빠진 지원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 좀비처럼 물속에서 걸어나와 쓰러지는 지원의 단독 숏으로 끝을 맺었다.

밤까지 이어졌을 촬영은, 예상보다 빨리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촬영은 폭포 주변의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데다가, 서울에서부터 취재를 위해 내려온 기자들로 인해 더욱 북적댔다. 복잡한 와중에도 모니터와 카메라 앞을 종횡무진하며 연기지도를 하는 김태경 감독은 <주노명 베이커리>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의 연출부를 했던 신인감독. 김태경 감독은 <>을 “관객을 놀라게 하는 공포와 심리적인 공포가 적절하게 배합된 영화”라고 소개했다. 어느덧 다섯 번째 영화에 출연 중인 김하늘은 이날 현장의 최고참 선배. 멜로영화(<동감>), 코믹영화(<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이어 공포영화에는 첫 도전이다. 지난 4월20일, 폭포장면을 마지막으로 촬영을 마친 <>은 2004년 여름을 여는 첫 번째 공포영화가 될 예정이다. 6월에는 지원의 기억을 지워버린 사고가 드리우는 비극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사진 정진환·글 오정연

△ 이미 빗줄기는 굵어지고 있었지만 더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상태. 김하늘은 물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의 촬영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김하늘이 촬영 전 온몸에 물을 묻히고, 촬영에 임한 뒤, 몸을 녹이는 모습

△ 물속에서 걸어나오자마자 쓰러져 버리는 지원. (왼쪽 사진) △ 물속에서 걸어나오는 지원을 보고 놀라는 친구들. (오른쪽 사진)

△ 지원이 빠진 곳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은서. 촬영은 좁은 공간에서 위태롭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 다섯명의 고교 시절 친구들. 이들의 미묘한 관계가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는다. (왼쪽 사진) △ “빈아, 배꼽 보인다”며 농담을 던지다가도, 진지모드로 돌변하여 ‘좀더 차가운 느낌의 연기’를 주문하는 김태경 감독.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