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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꼬집는 선생님, 우리 선생님, <와룡선생 상경기>
이승훈( PD) 2004-05-13

1962년 흑백 121분

감독 김용덕 출연 김희갑, 허장강, 윤인자, 엄앵란

EBS 5월16일(일) 밤 11시10분

정년퇴임한 시골 학교 교장선생님이 상경해서 제자들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코믹하면서도 가슴 ‘짠’한 스토리로 이어가는 <와룡선생 상경기>. <얄개전>의 원작자 조흔파의 원작을 임희재가 각색한 이 영화는 계몽적인 메시지가 담긴 사회풍자극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차츰 잃어가는 인간적인 정, 그리고 심지어 사제지간에도 기본적인 도리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아가는 메마른 세태를 꼬집고 있다.

주인공 와룡선생 역을 맡은 김희갑은 당시 거의 모든 영화에 코믹한 감초 역할을 맡았는데, 이 작품에선 드물게 진지한 역할을 맡아 그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완고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으로 제자들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와룡선생의 모습은 전형적인 우리네 스승상을 보여준다.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상옥 감독의 신필림에서 내놓은 색다른 소재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와룡선생 상경기>는 신상옥 감독이 제작하고 이형표 감독이 연출한 신필림의 1961년작 <서울의 지붕 밑>과 영화적 느낌이 비슷하다. 대중의 욕구에 충실하면서도 새롭고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려는 당시 신필림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신상옥 감독이 1973년 <교장선생 상경기>라는 제목으로 거의 동일한 내용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신상옥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용덕 감독은 신상옥 감독의 회고에 따르면 연출력도 뛰어난 촉망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을 포함해 7편의 영화만을 연출하고 요절한 비운의 감독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그간 바쁜 세상살이에 쫓겨 잊고 지냈던 그 옛날 우리 선생님의 엄하면서도 따스했던 사랑을 잠깐이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