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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환자 보고, 밤에는 촬영하고, <풀리쉬 게임> 감독 정성현
오정연 2004-05-13

안과의사 황도근(52)씨의 또 다른 호칭은 ‘영화감독 정성현’. 자신의 첫 영화 <풀리쉬 게임>의 개봉을 앞둔 그를 만났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처럼 난데없이 장편영화를 완성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청한 만남이 처음부터 삐걱댄다. 한편만 하고 말 것도 아닌데, 영화를 찍었다는 것만으로 가십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정성현 감독. 이제 한편의 영화를 완성했을 뿐이지만 그는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예명의 유래가 궁금하다.

아내와 부모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이름이다. 다른 이름을 사용한 것은 내 영화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서 실명을 쓰기엔 다소 조심스러웠던 거다.

본업은 의사이면서, 늦은 나이에 영화를 찍겠다는 결심이 대단하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언젠가는 영화를 찍을 것을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 의사가 아닌 감독의 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내 함량으로 영화에 덤볐다면 뻔한 영화밖에 못 찍었을 거다. 일단은 영화를 많이 보면서 준비를 하다가 어느 정도 주위가 정리가 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영화를 찍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20년 동안 영화를 보면서 일상적으로 일기 쓰듯이 시나리오를 끼적였다. 이 영화도 3, 4개의 트리트먼트 중에 골라서 찍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제작을 준비할 때는 낮에는 환자 보고, 밤과 주말에는 촬영 준비하면서 좀 힘들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작 여건,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문제. 나 같은 새가슴이 영화를 자체 제작한다는 건 오히려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더라. 찍고 싶어도 당장 돈 들어갈 생각에 너무 많이 포기했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처음 생각했던 것과 결과가 다른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의도했던 색깔을 내는 것에는 웬만큼 성공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썼고, 방법론 자체가 틀렸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영화를 완성하고 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영화를 대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영화‘보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고 할까. 글 오정연·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