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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법, <그들의 첫 번째 영화>

피에르 브롱베르제는 배우에서 제작자로 변신하면서 프랑스영화의 어떤 현장을 만들어나간 인물이다. <그들의 첫 번째 영화>에 포함된 대부분의 작품은 그와 프랑스 작가들이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함께했던 순간의 결과물이며, 거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라 가치가 크다. <네 멋대로 해라>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장 뤽 고다르의 <샤를로트와 그의 쥴>, 구조주의자로서의 알랭 레네를 보는 듯한 <스티렌의 노래>, 비극적 상황의 희극적 전환이 돋보이는 프랑수아 트뤼포와 고다르의 <물 이야기>, 그리고 자크 리베트의 <양치기 전법>이 먼저 눈에 띈다. 결핍과 상실에 대한 기억을 다룬 모리스 피알라의 <사랑은 존재한다>와 파트리스 르콩트의 <불안의 실험실>은 알싸한 아픔을 주는 작품이다. 특히 장 피에르 멜빌의 1946년작 <광대의 24시간>과 <카이에 뒤 시네마>의 설립자인 자크 도니올 발크로제(<양치기 전법>에서 여주인공의 남편으로 출연)의 <과로한 사람들>은 작품의 희소성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데뷔 시절 작품들이지만 서투른 열정보다 순수와 유희가 더 두드러지며, 감정에 충실했던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 또한 크다. 더불어, 제작 당시 프랑스에 흐르던 기운과 그 신선함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느껴진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의 특성 때문인지 <그들의 첫 번째 영화>에는 연기보다 주로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품이 많은데, 그만큼 시적인 언어의 번역에서 아쉬움이 어느 정도 남는 DVD다. 영상과 소리는 평이한 수준이고 본편 외에 부록은 없다. 메뉴 동작이 불편한 것은 지적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