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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인간이기보다 배고픈 돼지이기를, <붉은 돼지>
조성효 2004-05-14

오시이 마모루가 자신을 개에 비유하듯,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도 돼지는 단순한 가금 이상의 의미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돼지는 태초에 신이었으며(<원령공주>의 옷코토누시) 부모이기도 하였으니(<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런 신과 부모를 둔 인간이 돼지로 변하는 게 미야자키에겐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을 게다. 하늘을 사랑하는 붉은 돼지 마르코는 비행기 제작과 영화를 보며 자란 감독 자신에 다름 아니다. 전쟁과 파시즘에 환멸을 느낀 마르코는 스스로 돼지가 되길 선택했다. 하지만 붉은 돼지, 마르코가 보여주는 행동은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적이다. 엔딩에서 마르코가 피오의 키스로 환인되었다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과연 그랬을까? 배부른 인간이기보다 배고픈 돼지이기를 바랐던 마르코는 오히려 세상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돼지가 되길 바랐을 듯하다(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엔딩 크레딧의 삽화들에 있다). 약간의 티끌이 보이는 것 이외에는 최근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깔끔한 영상을 보여준다. 지중해의 시원한 푸른 바다와 하늘, 비행기의 붉은색 모두 또렷한 화질이다. 돌비 프로로직 사운드는 리어채널과의 자연스런 이동감을 들려준다. 가족관람용으로 손색없게끔 한국어 더빙도 지원된다. 2번째 디스크에는 통상 지브리 DVD에 수록되는 멀티앵글 기능이 지원되는 콘티 본편과 제작자 스즈키 도시오의 3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