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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들롱의 아우라와 만난 완벽한 범죄극, <시실리안>
이교동 2004-05-14

<시실리안> Le clan des Siciliens/The Sicilian Clan

1969년

감독 앙리 베르누이

상영시간 118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프랑스어, DD 5.1 이탈리아어, DD 2.0 독일어 모노

출시사 폭스-파테(프랑스 지역코드 2, PAL)

지금은 그 이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한국사회의 팝컬처 신에서 한때 ‘알랭 들롱’이란 이름 넉자가 갖는 문화적 의미는 각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넉넉한 중년의 아줌마가 돼 있을 단발머리 여고생들의 절대적 지지, 특히 우수에 젖은 파란 눈에 대한 문화적 동경은 오늘날의 반짝 유행으로 지나가는 이르바 ‘얼짱’ 신드롬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고, 그 알랭 들롱이란 문화적 아우라의 정점에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타이틀 <시실리안>이란 작품이 서 있다. <리피피> <현금에 손대지 마라> 등의 50∼60년대 프랑스 범죄영화의 유구한 전통 속에서 스토리라인의 재치 넘치는 대담함과 장 가뱅, 리노 벤추라와 같은 대배우의 존재감으로 개봉 당시 전세계적 흥행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가장 완벽한 범죄극의 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는 작품인 <시실리안>은 70년대 액션-범죄극의 전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킨 시금석이기도 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나오는 여객기 강탈장면은 지금의 시선으로도 어떤 영화도 흉내내지 못하는 범죄영화의 은밀한 즐거움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시실리안>이 홈비디오 시장에 출시된 적은 거의 없었다. 원 영화 정보에 충실하다고 소문난 일본에서도 LD가 1.85:1 화면비로 출시됐던 전력을 보면, <시실리안>의 오리지널 버전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난해 알랭 들롱 컬렉션의 일부로 출시된 프랑스의 폭스-파테사에서 출시된 DVD는 2.35:1 아나모픽이라는 제대로 된 화면비를 지원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영화를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특히 여객기 강탈장면의 스펙터클과 알랭 들롱 처형장면의 처연함은 와이드스크린 화면에서 다시금 빛을 발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비디오 판본의 대부분이 영어 더빙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번 DVD는 5.1 채널로 리마스터링된 프랑스어 원어를 지원하고 있어, 그 영화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어 음성과 자막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유럽 대륙 이외의 지역에서는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점과 예고편 이외에 마땅한 부록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