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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무서워요,” 해외신작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김혜리 2004-05-20

런던 프리벳가 4번지 심술궂은 이모네에 얹혀사는 소년 해리 포터는 일년 중 여름방학을 제일 싫어하는 별난 학생. 그러나 3학년을 기다리는 시간은 해리와 그의 친구들에게도, 전세계 포터마니아들에게도 유난히 길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이후 1년 반의 중간 휴식이 길기도 했지만,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이 처음부터 이구동성으로 “시리즈 중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지목한 것이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기 때문이다.

3학년에도 체스판의 말과 규칙은 같다. 그 힘과 사악함을 헤아리기 힘든 마법사 볼드모트는 해리를 손에 넣기 위한 음모를 계속하고, 살해된 부모의 기억은 열세살이 된 해리의 무의식을 점점 강하게 틀어쥔다. 3학년이 된 해리는 악명 높은 마법사 감옥 아즈카반에서 죄수가 탈옥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디멘터라고 불리는 끔찍한 간수가 지키는 감옥을 벗어난 탈옥수는 가공할 ‘흉악범’ 시리우스 블랙. 해리는 시리우스 블랙이 학창 시절 해리의 아빠 제임스 포터의 절친한 친구였으나 우정을 배신하고 친구 부부의 은신처를 볼드모트에게 알려 참사를 초래했다는 내력을 듣고 전율한다. 시리우스 블랙을 막기 위해 파견된 디멘터들로 호그와트 교정은 얼어붙고, 해리는 내면의 공포와 대적하는 방법을 외롭게 익혀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소년은 문득 털어놓는다. “선생님, 저는 무서워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줄거리보다 1, 2편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게서 메가폰을 넘겨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터치. 또 다른 ‘남자 둘 여자 하나’ 구성의 성장영화 <이 투 마마>로 널리 알려진 그는, 원작에 자로 잰 듯이 충실했던 판타지어드벤처를 만든 콜럼버스 감독에 비해 좀더 사실적이고 현대적인 해석, 배우들의 자발성을 북돋우는 연출을 예고했다. 실제로 쿠아론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세 주연에게 캐릭터와 자신에 대한 에세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1편부터 작업해온 프로덕션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이그도 “1, 2편이 전통적 추적장면이 있는 액션모험물이라면 3편의 공포는 내면에 있다”고 귀띔한다. 에 따르면 마이클 세리신 촬영감독은 명암의 날카로운 대비와 광각렌즈의 사용으로 드라마틱함을 고조했다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심장과 영혼에는 이미 마법과 경이에 대한 감각이 있다. 만질 수 없지만 유혹적인 라틴의 정신, 마술적 리얼리즘이 있다”는 것이 말솜씨 매끄러운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만의 촌평이다.

전편의 집요정 도비, 괴물 거미, 바실리스크에 이어 ‘신비한 동물’ 벅빅, 히포그리프가 스크린에 등장하지만 좀더 흥미로운 비주얼은 원작자가 “모든 기쁨과 희망을 빨아내는 존재, 절망을 인간화한 존재”로 묘사한 디멘터의 재현. 호그와트 학생들이 쇼핑을 즐기는 마을 호그스미드가 런던의 다이애건 앨리와 어떻게 차별화된 공간으로 꾸며질 것인가도 <해리 포터> 팬들의 즐거운 관심사다. 호그와트 교무실의 변화도 학기초마다 관객을 설레게 하는 뉴스. 매년 교수임용이 실패로 돌아가는 징크스가 있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은 데이비드 튤리스가 분한 늑대인간 혈통의 루핀을 맞아 모처럼 실력있는 교수를 얻었고, 능청스런 푼수연기의 달인 에마 톰슨이 서투른 점술 교수 사이빌 트릴로니로 얼굴을 내민다. 리처드 해리스의 유업을 이어받은 마이클 갬본은 좀더 장난기 넘치는 덤블도어 교장을 보여줄 전망이며 해리의 삶과 차후 시리즈에서도 무거운 비중을 차지할 시리우스 블랙 역을 차지한 게리 올드먼은, 마침내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출연작을 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미국에서는 6월4일, 국내에서는 7월16일에 개봉해 머글들의 여름방학 공략에 들어간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