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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몫을 해내는 스탭들, 오히려 내가 배운다
김수경 2004-05-27

<신부수업> 촬영현장 낙산성당 신부 현익현

<신부수업>의 촬영현장은 경북 왜관의 낙산성당. 이곳의 책임자는 성베네딕트회 수도사제인 ‘파란 눈’의 현익현 신부다. 독일인인 그의 본명은 한국 이름과 비슷한 ‘히네켄’(B. W. Henneken)이다. 한국에 온 지 벌써 37년, 낙산성당으로 온 것만도 5년째다. 영화와 인연이 없던 그가 자신의 터전인 낙산성당을 <신부수업>의 촬영팀에 내어준 사연을 물었다.

영화촬영을 허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일반 영화는 성당과 잘 맞지 않는다. 단지 이 영화가 신부를 다뤄서 허락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미있다고 판단해서 허락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시나리오에서 두 신학생 중 한 사람은 모범적이며 한 사람은 엉터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기 마음을 지키는 결론을 내린다는 점은 가톨릭의 정신과 유사하다. 특히 선달(김인권)이 남 신부를 본받아서 신부가 되는 과정이 제일 좋았다. 공부를 통해 믿음을 얻기보다 남 신부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결심하는 것이 사제의 참모습과 닮았다.

실제로 촬영하니 어떤가.

이렇게 큰일인지 몰랐다. 약간 속았다. (웃음) (옆에서 PD가 후회하느냐고 묻자) 그렇지는 않다. 낙산성당은 매우 아름답다. 영화를 계기로 이곳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그것을 같이 즐길 수 있다면 의미는 충분하다. 현장 사람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나는 성격이 좀 급한데 배우들은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동시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도 잘 참는다. 스탭들은 70명이 되는 인원이 한팀으로 묵묵히 재빠르게 자기 몫을 해낸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낙산성당이라는 공간의 특징.

80년이 넘은 이 성당은 경상북도에서 처음 지어진 벽돌건물이다. 신고딕과 로마네스크 방식이 혼합된 건축양식으로 구성되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자체는 열여섯개, 작품으로는 마흔여섯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미술가인 이기너 바르너의 작품도 있다.

영화촬영에 얽힌 사연.

감화를 위해 대구교도소에 갔는데 거기 수감된 사람이 권상우와 하지원의 사인을 받아서 꼭 간직해달라고 부탁했다. 1년 뒤에 출감하는데 그 사람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다.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기쁜 일이다.

글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