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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의 원형, <슈라 유키히메>
이교동 2004-05-28

<슈라 유키히메> 修羅雪姬 Lady Snowblood

1973년

감독 후지타 도시야

상영시간 97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스테레오

출시사 아니메이고(미국)

부록 예고편

메이지 시절의 일본의 한 여자 교도소. 처연한 눈발이 휘날리는 밤중에 한 죄수가 여자아이를 출산하다 사망한다. 살아남은 여자아이의 이름은 유키. 교도소에 남겨진 유키는 죽은 어머니와 생전 얼굴도 접하지 못한 아버지와 오빠를 살해한 4명의 원한을 갚기 위해 암살자로 키워진다. 스무살 꽃다운 처녀로 성장한 유키에게 남은 것은 냉혈한 암살자의 복수심과 필살의 검술뿐. 이제 일본 각지에 숨어 있는 혈육의 원수를 찾아 떠나는 유키의 발걸음에 애절한 복수의 엘레지 <수라의 꽃>(修羅の花 /The Flower of Carnage)의 가사 하나하나가 묻어나온다.

<킬 빌 Vol.1>에 삽입된 엔카로 우리에게 유명해진 <수라의 꽃>이 오리지널로 삽입되어 있는 <슈라 유키히메>는 복수를 위해 여러 원수를 찾아나서는 여검객의 이야기라는 줄거리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이 타란티노의 <킬 빌>에 많은 영향을 줬다. 주연배우인 가지 메이코가 직접 부른 주제곡뿐 아니라 <슈라 유키히메>의 마지막 장면인 눈 덮인 정원장면은 <킬 빌 Vol.1>의 마지막 결투신과도 연결되며, 어쩌면 복수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유키의 이미지가 <킬 빌>의 오렌의 이미지와도 오버랩되면서 오렌이 유키의 환생일지도 모른다는 판타지가 들 정도로 느낌이 통하는 작품이다.

비디오 시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과 사무라이영화에 절대적인 애정을 갖고 고품격의 비디오와 LD를 출시해왔던 아니메이고사는 기존에 출시했던 일본영화에 대한 북미 DVD 판권을 재확보하고 지난해부터 <아들을 동반한 검객>과 <자토이치> 시리즈를 연달아 사무라이 시네마란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는데, 이번 <킬 빌 Vol.2>의 극장 개봉을 의식해서인지 <슈라 유키히메> 두편을 전격적으로 출시했다. 아나모픽으로 트랜스퍼된 화면은 30년 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색상을 보여주는데, 영화 전편에 걸쳐 뿜어져나오는 붉은색의 핏빛의 질감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DVD에도 실력이 발휘된 아니메이고의 일본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타이틀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석처리까지 된 자막과 속지에서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영화의 의미를 꽤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데, 이 점이 일본판에 비해 큰 우위를 점한다고 하겠다. 특히 DVD 속지에서 타란티노가 <수라의 꽃>에 대한 판권을 확보하는 데 아니메이고사가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밝히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동반 출시된 속편 〈Lady Snowblood: Love Song of Vengeance>(修羅雪姬 怨み戀歌)는 우수한 DVD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재미가 떨어지는 점이 매우 아쉽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