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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키튼 등 카메오 찾는 재미,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의 는 산업과 과학의 발전 덕에 여행과 이동의 개념이 거리에서 시간으로 바뀔 당시 상황을 반영한다. 그런데 마이클 앤더슨의 는 기실 과학적 사실이나 살아가는 이야기엔 별 관심이 없다. 첫 인공위성 스푸트닉호가 지구를 돌기 바로 1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100년 전으로 훌쩍 넘어간 것 같다. 쥘 베른의 이야깃거리를 호화찬란한 스펙터클로 바꿔놓은 것이다. 1872년, 카드게임 도중 벌어진 내기 때문에 세계일주에 나선 영국 신사와 프랑스인 하인(영화에선 멕시코인)의 앞길엔 세계 곳곳의 신기한 풍물과 풍광 같은 볼거리만이 가득하다. 이야깃거리가 닳아없어질 즈음의 할리우드를 반영하고 있는 는 스타와 좌충우돌 코미디로 뒤범벅된 이후 어드벤처영화들- <매드 매드 대소동> <대경주> <럭키 레이디>- 의 큰형뻘되는 영화라 하겠다.

DVD에선 잡티와 불안정한 색감이 간혹 드러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복원 상태를 보여준다. 충실한 음성해설 외에 대부분의 부록은 제작자 마이크 토드에게 집중되어 있다. 단 한편의 영화를 제작했을 뿐이지만, 의 필리어스 포그처럼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이룬 그의 입지전적인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재미있는 게임 하나.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스타들- 마를렌 디트리히, 프랭크 시내트라, 노엘 카워드, 피터 로레, 존 길거드, 샤를 보와이예, 버스터 키튼- 의 이름을 맞혀보는 거다(알고보니 영화산업에서 ‘카메오’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마이크 토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