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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표 그로테스크함, <렌의 애가>
이승훈( PD) 2004-06-17

1969년 컬러 90분

감독 김기영 출연 김진규 김지미 사미자

제3회 서울신문문화대상 감독상

EBS 6월20일(일) 밤 11시10분

TV를 통해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 그것도 쉽게 보기 힘든 영화들, 예컨대, 독립영화, 단편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 등을 방영한다는 것은 그런 영화들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가진 이들에겐 단비를 뿌려주는 것과 비슷하리라. 따라서 그런 사실을 아는 TV 방영 영화 담당자는 나름대로의 뿌듯함으로 힘을 받는다. 그런데, 가끔 힘빠지게 하는 일들이 생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허탈한 것은 공중파TV가 가진 한계, 즉 ‘방송심의’로 인해 영화의 장면들을 편집해야 하는 경우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60, 70년대 한국의 고전영화 중에는 그런 편집을 요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개봉 당시 많이 검열당했기 때문일 게다. 그럼에도 TV를 통한 방영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한국 고전 작품들이 있다. 바로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이다. 잘 알다시피 김기영 감독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 본능, 애욕의 갈등 등을 집요하게 해부하여, 그의 작품세계는 평론가들로부터‘마성의 미학’ 혹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등의 표현을 듣는다. 그런 그의 ‘그로테스크의 미학’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었기에 나를 참 안타깝게 만든 작가였다. 특히, 1970년대 그의 주요 작품들인 <화녀> <충녀> 등이나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육식동물> <바보사냥> 등 스타일과 주제에 있어 ‘김기영표 영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절름발이 소개가 될 수밖에 없었기에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렌의 애가>는 그런 안타까움을 그나마 떨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영화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김기영표 그로테스크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