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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유로파> vs <유로파>
조성효 2004-06-18

‘ERWOL’을 아시나요?

최근 인터넷의 한 포럼에서 케케묵은 PAL방식 DVD의 원초적 문제인 4% 스피드 업이 다시금 논의된 바 있다(4% 스피드 업은 <씨네21> 431호 참조). 대부분의 사람에게 4%는 구분하기 힘든 차이지만 한 영화를 오리지널 필름속도로 여러 번 감상했던 사람이라면 이 차이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감독도 자신의 영화가 4% 속도 증가된 상태로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밀히,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싸잡아 말하자면 유럽인들은 감독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영상과 사운드로 DVD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파> 영국판 DVD의 상영시간은 107분이다. 4%의 스피트 업을 고려하면 오리지널 상영시간은 약 112분이 된다. 그런데 최근 출시된 국내판 DVD의 상영시간도 107분이다. 즉 국내판의 최초 소스도 PAL이란 이야기다. 이 점은 일본판도 마찬가지다. 미국판은 절판되어 확인할 길이 없다. 만일 감독이 의도한 속도로 막스 폰 시도의 최면을 받고 싶다면 일부 삭제가 있으나 국내 출시된 비디오로 감상하는 수밖엔 없다. 어쩔 수 없는 상영시간 부분만 제외한다면 영국판의 퀄리티는 괜찮은 편이다. 아나모픽이 지원되는 영상이나 2채널 사운드는 국내판의 아쉬운 화질이나 부자연스런 5.1 채널보다 낫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부록에 수록된 데이비드 파킨슨의 영화평은 짤막하나마 감독 출생의 비밀도 알려준다(<유로파> 촬영 직전, 감독은 자신의 생부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영화 속 젠트로파 철도 사장에 생부 이름을 사용한다. 드레이어와 자신을 연관시키는 것도 드레이어의 출생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자면 영국판이 나아 보이지만, 영국판 부록에 담긴 예고편이 본편과는 다른 2.35:1의 화면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즉 영국판은 오리지널 화면에서 상하좌우를 잘라낸 1.85:1로 제작된 것이다. 19분40초 부근에 등장하는 단어 베어울프(WERWOLF)는 좌우가 끊겨 무슨 단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국내판 DVD는 애초 4:3 화면비로 알려졌으나(여전히 DVD 케이스는 4:3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확인 결과 2.35:1로 제작되었다. 아나모픽이 지원되지 않고 한글자막이 조금 늦게 뜨는 불편함마저 있지만 오리지널 화면비를 담은 국내판의 발매가 그래서 중요하다.

조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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