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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 같은 감독, 다른 손길, <부초이야기/부초>
이교동 2004-06-24

<부초이야기/부초> 浮草物語 A Atory of Floating Weeds 1934년 / 浮草 Floating Weeds

1959년

감독 오즈 야스지로

상영시간 205분 (2 디스크)

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

음성포맷 D 1.0 모노 일본어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부록 도널드 리치와 로저 에버트의 음성해설, 도널드 소신의 새로운 스코어(부초이야기), 예고편

크라이테리언은 고전영화의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오즈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출시하고 있는데, 2000년에 이미 출시한 <안녕하세요>에 덧붙여 <동경이야기> <부초> 등을 출시하고 있고 곧 <초여름>을 출시할 계획을 잡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부초이야기>(1934)와 <부초>(1959)는 동일한 작품을 감독 자신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애정을 지녔던 작품으로 전쟁 전의 발랄했던 오즈 초기의 작품 세계와 전후 관조의 세계로 접어든 후기의 작품 세계를 같은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대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타이틀이다. 특히 오즈 말기의 정적인 가족주의의 명제와 스타일에서 조금 비켜난 듯한, 빠르고 재기발랄한 스타일과 색채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30년대 오즈 영화를 누볐던 재기발랄함과 생동감이 다시 살아난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후기 오즈의 일상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초기 작품의 인물상과 이에 대한 오즈 자신의 해석이 전후 작가적 스타일로 자리잡은 다다미 숏의 구도에서 어떻게 녹아들어가는지를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출시된 기획력은 높이 평가할 만한데, 사실 이것은 오즈 작품 중 예외적으로 쇼치쿠가 아닌 다이에이에서 제작된 <부초> 판권을 LD 시절부터 소유하고 크라이테리언이었기에 기획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DVD의 화질은 오래전 작품이란 것을 감안하면 준수하게 트랜스퍼되어 있는데, 특히 <부초>는 작품 특유의 화려하고 심도 깊은 색상의 대비가 잘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색채의 대비감이 인위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도 군데군데 눈에 띄는데, 이것이 트랜스퍼 자체의 문제인지 영화 본편의 의도된 촬영의 결과인지는 DVD만으론 구분하기 어렵다. 부가적인 내용으로는 일본영화 연구의 대가이자 오즈에 대해 연구서를 출간한 바 있는 도널드 리치가 <부초이야기>의 육성해설을 들려주고 있으며,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부초>의 육성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일견 성격을 달리하는 영화학자와 대중적인 평론가의 해설이 작품의 대비만큼이나 눈의 띄는데, 같은 스토리라인을 두 작품으로 시대를 달리해서 제작한 오즈의 의도처럼 다른 배경을 지닌 두 평론가의 해설을 대비시킨 크라이테리언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오즈 영화제를 통해 거장에 대한 평가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는 지금, 크라이테리언의 이번 DVD가 거장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도 깊게 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