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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유머로 보여주는 전쟁,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Beautiful People 1999년

감독 자스민 디즈다르 출연 샤를롯 콜먼

EBS 7월3일(토) 밤 11시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을 유심히 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경우가 있다.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경우 혹은 특정한 정치적 이슈를 담고 있는 것, 때로는 복잡한 드라마를 고도의 형식으로 담아내는 경우도 발견된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흥미롭게도, 이 모든 요소를 영화 한편에 녹여내고 있다. 특히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블랙유머로 표현하는 영화적 테크닉은 유심히 살필 만하다. 단 한 가지 관객이 쉽게 영화에 접근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영화가 다양한 인물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1999년 칸영화제 수상작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일군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월드컵 예선경기가 한창인 영국 런던에 보스니아 출신 사람들이 모인다. 보스니아 앞뒤 마을에 살던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은 런던의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다짜고짜 난투극을 벌인다. 역시 보스니아 난민 출신인 페로는 성추행범으로 오해받는 바람에 차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인턴 의사 포샤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산부인과 의사인 몰디 박사는 아내와의 불화로 두 아들과 보스니아의 젊은 부부, 체밀라와 이즈메를 돌보고 있다. 젊은 난민 부부는 설명하지 못할 이유로 낙태를 원하고 축구 광신자이자 헤로인 중독자인 그리핀은 월드컵 경기를 보고자 로테르담으로 간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영화들이 연상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숏 컷>이나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같은 영화가 차례로 떠오르는 것이다. 특정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조각난 내러티브를 하나씩 꿰어맞추듯 영화가 전개되는 것은 알트먼 감독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다. 영화에선 우연과 분노, 그리고 화해의 모티브가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 마약에 취한 인물이 유엔 구호품에 실려 전쟁터로 떨어지고, 우연하게도 누군가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는 에피소드는 설득력 있다. 전쟁의 순간에 생긴 원치 않았던 아기, 그리고 전쟁터에서 사람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는 지옥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역설의 영화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지나친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민족분쟁이나 전쟁의 상처를 스크린 밖으로 전하는 것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비극적인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영화 마지막에 예상 밖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마치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순간으로 다가온다.

보스니아 출생인 자스민 디즈다르 감독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애니메이션과 단편영화,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인 활동을 계속했던 것이다. 단편영화 <우리의 사랑스런 고향>으로 해외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디즈다르 감독은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에도 참가하는 경력을 쌓기도 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썼으며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인 <아름다운 사람들>에서 그는, 생사와 애증이 교차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 그리고 삶의 기막힌 우연의 이야기를 솜씨 좋게 완성해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