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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스릴러 사이, <인 더 컷>

<인 더 컷>은 사랑의 신화와 잔혹한 현실, 그 경계에서 꿈을 꾸는 여자의 이야기다. <인 더 컷>에 대한 오해는 영화에 대한 관념적인 해석에서 비롯된다. 물론 언어를 연구하는 여자와 말보다 육체적 매력이 우선하는 남자, 부모가 만들어낸 사랑과 가족의 신화, 열정과 두려움 사이에 빠져든 여자와 묶인 남자 등 곳곳엔 수많은 코드가 숨어 있다. 하지만 제인 캠피온은 DVD의 음성해설에서 ‘<인 더 컷>을 단순한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녀 작품 중 장르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인 더 컷>은 로맨스와 스릴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사건 없는 소설은 재미없다’는 극중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영화적인 사건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남녀 주인공 말로이와 프래니는 이름에서부터 누아르와 로맨스 소설의 냄새를 풍겨낸다. 그렇다고 <인 더 컷>이 제인 캠피온 영화가 항상 보여준 여주인공의 역할 모델에 충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타자와의 권력관계에서 억압받는 희생양처럼 보여지던 프래니는 관계를 역전시키면서 애정과 사건의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영화 전후에 반복되는 ‘케세라 세라’는 결국 반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가수의 허밍과 마지막의 장난스런 노래는 히치콕 영화의 모자관계와 도리스 데이의 당찬 목소리를 통째로 희석해버린다.

DVD는 디테일과 색감이 잘 살아 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첫 음성해설을 맡은 제인 캠피온은 여장부로서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그외 부록들은 그리 충실한 편이 못 되는데, 그나마 ‘멕 라이언 누드 클립’은 영화의 주제에 반하는 것이라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