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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아담과 이브는 어디로, <29팜즈>

Twentynine Palms

2003년

감독 브루노 뒤몽

상영시간 114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영어 & 프랑스어

자막 영어, 프랑스어(일부)

출시사 블라크 아웃(프랑스)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에 대한 악평은 올해 칸영화제까지 계속됐다. <브라운 버니>를 걸작으로 재평가할 필요까진 없다손치더라도, 한 창작자가 영화를 다신 공개하지 않겠다며 울먹이는 건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다. 그 순간, 허무란 주제에 대한 집단적인 적대감은 공포 그 자체였다. 많은 현대인에게 이상과 가치란 잊혀진 지 오래며, 그들은 까닭 모를 불안에 떨면서 산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그걸 마주하긴 싫단 말인가.

같은 해에 등장한 또한 비슷한 악평에 시달렸다. 쾌락과 혐오가 공존하는 는 그 여정에서 <자브리스키 포인트>가 연상되지만, 기실 <서바이벌 게임>의 끔찍한 악몽에 더 가깝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황량한 사막과 소통의 함정에 빠진 두 사람은 흡사 근원을 모르는 채 에덴 동산에 던져진 아담과 이브처럼 보인다. 현대의 아담과 이브는 불안과 혼란과 권태에 이르고, 그 극한엔 두 가지의 죽음이 잉태되어 있다. 목적없는 삶의 은유인 29팜즈로의 여행은 브루노 뒤몽의 인물이 항상 걷는 길의 반복이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자신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이었으니, 니체가 살아 있어 그들을 본다면 니힐리즘이 현재도 유효함에 통탄할 게다. 직업철학자 브루노 뒤몽은 어떻게 하여 존재에 대한 허무에 이른 것일까? 또한 더이상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그가 기성영화에 대한 반역을 계속하면서 영화의 열정을 채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진실과 대답은 아직까지는 유보다.

DVD 부록인 ‘제작과정’은 감독과의 인터뷰로 진행된다. 매번 비전문 배우를 쓰는 그는 연기자와의 친구 같은 관계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영화가 달리 섬뜩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제작자 장 브레하와의 인터뷰는 감독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