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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의 진수, <악마의 씨>
류상욱 2004-07-16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년

감독 로만 폴란스키

상영시간 137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모노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파라마운트(1장)

1968년에 제작된 <악마의 씨>는 로만 폴란스키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로 분류되는데, 보고 나면 과연 이 영화를 호러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영화가 오컬트 무비의 원조쯤 된다는 평가는 일반적인 것이겠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호러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포를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라 레빈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그 흔한 특수효과나 무시무시한 형상을 한 괴물이나 귀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부서질 듯 위태로운 체격을 가진 미아 패로의 몸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아이에게 다가오는 사탄의 무리들의 위협이 있을 뿐이다. 로즈메리와 가이 부부는 맨해튼으로 이사를 오고 임신을 하려고 한다. 그들 부부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한 노부부 이웃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들이 이사를 하고 집안을 꾸미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부록에서 로만 폴란스키가 이야기하듯- 이 시퀀스들은 마치 소프 오페라(soap opera)처럼 연출되었다. 모든 것은 다 잘되어가는 것 같지만, 사탄의 무리들이 짜놓은 음모에 그녀는 걸려들고 만다. 영화의 후반부는 로즈메리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음모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로만 폴란스키의 연출이 내러티브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즈메리는 자신의 아이가 사탄의 씨로 잉태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에 알게 된다. 그 아이가 사탄이긴 하지만 그녀는 그 아이의 엄마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로즈메리를 보여주면서 끝나는 이 영화는, 과연 로즈메리가 엄마로서 아이를 받아들일지 혹은 그렇게 하지 않을지 말해주지 않는다. 즉 이것은 모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 신은 죽었고 맨해튼은 악마들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설정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게 되어버렸다. <차이나타운>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추악한 단면을 예리하게 파헤쳤던 로만 폴란스키는, 이 새로운 개념의 호러영화로 미국사회의 숨겨진 공포를 드러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류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