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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촬영감독, 천국을 담으러 여행을 떠나다
김도훈 2004-07-21

전설적인 촬영감독이 이제 천국을 카메라에 담으러 긴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촬영감독 카를로 디 팔마가 향년 79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카를로 디 팔마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우디 앨런 같은 감독들과의 오랜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거장 촬영감독. 오랜 지병에 시달려온 그는 지난 7월9일 금요일, 고향인 로마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았다.

디 팔마는 194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그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가 결정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작업한 <붉은 사막>.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첫 번째 색채영화였던 <붉은 사막>에서 디 팔마는 혁신적인 색채와 명암을 이용했고, 지금까지도 이 영화는 ‘화면의 색이 주인공의 의식을 반영하는 가장 선구적인 시도’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영화평론가인 이레네 비냐르디는 최근 그의 죽음에 바치는 축사를 신문에 실으며 “<붉은 사막>의 촬영은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었으며 그 결과는 시적이고 심원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카를로 디 팔마는 <욕망>을 비롯한 많은 영화들에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콤비를 이루어 활동하면서도, 60∼70년대에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 주연의 <이탈리아식 이혼>(Divorce Italian style)을 비롯한 이탈리아 걸작 코미디영화들에 참여했다.

안토니오니와의 협력관계만큼이나 디 팔마와 우디 앨런의 협력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 <한나와 그 자매들>로부터 시작한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브로드웨이를 쏴라> <맨하탄>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등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나 디 팔마는 우디 앨런 영화의 무대를 독차지해 온 ‘뉴욕’이라는 도시를, 수많은 각도와 색채 속에서 언제나 새롭게 조명해냈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에 수많은 색깔의 영혼을 담아온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협력했던 작품은 97년작 <해리 파괴하기>. 2001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를 제외한다면 극영화로서는 <해리…>가 그의 유작이 되었다.

카를로 디 팔마는 아내와 한명의 딸을 남겼으며, 장례식은 7월12일 월요일에 로마에서 거행되었다.

김도훈 closer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