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럭셔리 멜로’ <파리의 연인> 열풍 분석 - 김양 프로듀서 인터뷰

<발리…>가 어두운 심리멜로였다면 <파리…>는 밝은 럭셔리 멜로

<발리에서 생긴 일>은 어떻게 기획된 것이었나. 김기호, 이선미 작가의 이름을 딴 이김 제작단에서 쓰여진 시놉이 있었다. 처음 제목은 <청춘에 건배를>이었다. 기획 자체가 다른 것들과 좀 달랐다. 4명의 이야기인데,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따라가기에 굉장히 불편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없었던 심리멜로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좋아 보였다.

(불편하다? 다시 말하면 관습적이지 않았다? 그 일례. 하지원은 드라마의 처음이 아니라 어느 순간 뒤늦게 비참한 몰골로 등장한다)

시작부터 엔딩이 결정되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발리는 처음 촬영 때 가서 엔딩을 찍고 왔다. 좀 이례적이었다.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어차피 여기에서의 사랑은 100%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힘들다. 어느 쪽이 희생당해야 한다면, 이 사랑 자체를 깨끗하게 끝내자고 판단했다.

(여기에 비해 <파리의 연인>의 사랑 방정식은 이미 이뤄질 항수를 미리 짝지워놓고 그 큰 틀 안에서 갈등을 배치한다. <파리의 연인>에서 해피엔딩의 두 주인공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셈이다)

특별히 발리에서 시작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있었다. 김기호 작가가 발리의 방직공장에서 한 일년 정도 근무했었다고 했다. 발리를 잘 알고 있더라. 그런 경험이 배경이 된 것 같다

발리 안에서 안토니오 그람시의 책을 등장시킨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원래 시놉에 있던 것이다.

(이로써 <발리>에서 은연중에 묻어나던 ‘재벌 농락’의 의도는 작가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수정 역할로 하지원이 어울린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수정의 탄생 자체가 하지원을 생각하고 썼던 거다. 하지원의 발랄하면서도 당당한 성격 같은 것을 감지하고 쓰여진 것이다.

<파리의 연인>으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도 20회 만에 끝내는가. 기본 20회 예정이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지금 자꾸 연장하라고 권유하기도 하는데, 그건 시청자 반응과 배우 컨디션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결정이다.

<파리…>는 <발리…>를 모델로 다른 극본가와 다른 연출자를 통해 좀더 대중적인 작품을 해보자는 기획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발리, 파리, 구리, ‘리’자로 끝나는 걸로만 하자, 뭐 이런 농담도 한다. (웃음) 100% 그 점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발리…> 때문에 <파리…>에 대한 부담이 컸다. 기획단계만 놓고 보면 시기적으로 <파리…>가 <발리…>보다 빨랐던 기획일 수도 있다. 순번만 정해진 거다, 일년치가 지금 동시에 가고 있다. 이런 점은 있다. <발리…>하고 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보자. 사실 <파리…>도 기본 시놉은 조금 어두웠었다. <발리…>가 어두웠으니까, 그것보다는 좀 밝게 가자는 것이었다. 재밌고, 쿨하게. 같은 멜로지만, ‘럭셔리 멜로’를 하자는 거였다. 현실이 많이 어렵지 않은가? 드라마라도 좀 밝게 보여주려고 했다. 영화사 디즈니가 상표등록을 해놔서 못 썼지만, 처음 제목은 <프리티 우먼>으로 하려고 했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컨셉을 가져왔다. 이미 봐서 알겠지만…. 그리고 이것도 사실은 김정은을 보고 쓴 거다.

(‘럭셔리 멜로’라… 음… 솔직하다…. 한마디로 이것이 <파리의 연인> 인기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 점을 두고 딴죽을 한번 걸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씨는 그냥 듣기로 한다. 발리… 파리… 엑조티즘으로 날려버리는 현실이라…)

인물 구성이 유사하다. 하지만, <파리…>는 넷이라기보다 셋이고, 삼각구도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는 악한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악이 없다. 그래서 문윤아 역의 오주은이 끼어들게 된 거다. 그렇다면 이동건쪽보다는 박신양쪽에 붙여야겠다 생각했다. 파리에서부터 들어오는 건 좀 무리수인 것 같았다. 파리에서는 아름답게 만나는 과정만 보여주고, 악다구니는 한국에서 하자고 결정한 거다. 이번은 삼각구도가 중심이다.

초반에 <파리…>는 <발리…>보다 훨씬 더 빨리 반응이 왔다. <발리…>는 초반이 좀 복잡했다. 드라마 자체가 단순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파리…>는 상상력 필요없이 바로 눈에 보인다. 대사에서 주는 재미도 있고. 김정은의 모습이 빨리 와닿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파리라는 장소의 배경과 느낌도 무시 못한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는 밝게 시작했다. 만나는 동기 자체도 재미있게 시작했고. 뻔한 스토리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 보기에는 편했을 것이다.

<발리… > 때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발리…>는 초반에 엔딩을 찍어놨다. 하지만, 이건 지금 어디로 튈지 모른다. 기본적인 생각은 해피엔딩으로 끝내겠다는 것 정도다. 기본 설정을 박신양과 김정은으로 해놨으니까. 시청자들 의견을 수용하면서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