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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2004 경쟁부문 - 장편
김현정 2004-08-04

토토 사포레와 피자 이야기 Toto Sapore and the Magic Story of Pizza

마우리치오 포레스티에리 l 이탈리아 l 2003년 l 81분

피자는 어떻게 태어났는가에 관한 이야기. 명랑한 요리사 토토 사포레는 가난한 시장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요리한다. 베수비오 화산의 마녀는 나폴리 사람들이 토토 덕분에 즐겁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서, 네개의 마법 항아리를 이용해 토토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옹졸한 마녀의 음모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토토 사포레와 피자 이야기>는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처럼 작고 복잡한 캐릭터가 쏟아져나오는 정신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저녁거리를 두고도 노래로 수다를 떠는 시장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걱정근심없이 산다”는 인생관이 이탈리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작품. 토토가 생각해낸 피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화해를 불러온다는 단순한 결말도 공감이 간다.

어릿광대 틸 Jester Till

에버하르트 융커스도르프 l 독일, 벨기에 l 2003년 l 84분

장난을 좋아하는 틸은 온갖 사고를 치면서 마법사인 할아버지 마르쿠스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부엉이 조수 코넬리우스와 마법의 약을 만들다가 폭발이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코넬리우스는 틸에게 할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알리지만, 틸은 태평하기만 하다. 틸과 코넬리우스의 모험이 기둥이지만, 어린 왕을 둘러싼 음모나 가벼운 로맨스 같은 곁가지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어린아이들이 한눈을 파는 것처럼 자유롭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마음 편하다. 3D로 작업한 일부 스펙터클한 장면이 어설프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2D와 잘 어울리기도 한다.

가야로의 귀환 Back to Gaya

레나르트 크라빙켈 l 독일 l 2003년 l 84분

실수투성이 발명가 부는 친구 지노와 함께 아름다운 나라 가야에서 살고 있다. 직접 만든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 경주대회에도 나가는 그들은 사실 TV시리즈 <부와 지노의 모험>의 주인공일 뿐이다. 사악한 과학자 아이슬리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이들 때문에 밀려나자 앙심을 품고 가야의 에너지원인 크리스털을 빼앗는다. 소멸 위기에 처한 부와 지노, 다른 네명의 친구들은 현실세계로 뛰어들어 크리스털을 찾으러 다닌다. 디스토피아처럼 암울해 보이는 현실과 신비한 색채를 가진 가야의 대비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과 모션캡처가 혼용된 영상은 할리우드 3D애니메이션보다 자유롭지 못하지만,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을 보여준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리틀 롱노우즈

일리야 막시모프 l 러시아 l 2003년 l 81분

빌헬름 하우프의 동화 <난쟁이 코>와 <난쟁이 무크>를 섞어서 각색한 러시아 애니메이션이다. 마음 착한 소년 야곱은 어머니의 채소 가게에 들른 노파를 따라 양배추를 배달하러 간다. 그 노파는 사실 공주를 납치한 마녀였고, 자신의 계략을 완성하기 위해 야곱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마녀는 야곱에게 저주를 걸어 커다란 코를 가진 난쟁이로 만들어버린다. 집에 돌아온 야곱은 그 사이 7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심한다. 어머니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흉한 모습으로 시장을 헤매던 그는 역시 마녀의 저주 때문에 거위가 된 공주 그레타를 만난다. <리틀 롱노우즈>의 감독 일리야 막시모프는 건축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일한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인물. 그는 원작 삽화를 그린 리즈베스 즈베르커의 아름다운 화풍은 포기했지만, 친숙하고 다정하게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왕후 심청 Empress Chung

넬슨 신 l 한국 l 2004 l 114분

북한과 합작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강직한 재상 심학구는 반역을 도모하는 정적들한테 습격을 받아 아내와 시력을 잃는다. 간신히 갓난 딸 청이를 데리고 시골로 달아난 심학구는 삽살개 단추와 오리 가희, 거북이 터벙이와 함께 조용하게 살아간다. 예쁘고 착한 소녀로 성장한 심청. 그녀는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면 아버지가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인당수 괴물을 달래줄 제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왕후 심청>은 고전 <심청전>을 드라마틱하게 각색했지만, 조선시대 정치상황이나 조연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눈에 띄는 것은 여린 고전미와 능동적인 관능미를 함께 갖춘 심청의 캐릭터디자인. 대궐과 혼례의상도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물게 화려하고 정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