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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아트홀 배사흠 대표, 개관 석달 만에 간판내린 속사정
이영진 2004-09-02

“신문 광고는 물론이고 포스터 한장 못 붙였다”

관객의 외면 속에 제한상영관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첫 제한상영관 중 하나였던 대구 동성아트홀도 개관 석달 만에 문을 닫았다. 8월25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한상영관 등록 취소 신청을 한 동성아트홀은 현재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부 시설을 교체 중이다. 이로써 전국에 남은 제한상영관은 수원의 피카디리, 대구의 레드시네마 등 달랑 두곳이다. 제한상영과 영화 전문배급사인 듀크시네마쪽에서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신규 제한상영관 설립을 위한 사업설명회 등 타개책을 구상하고 있지만, 기존 제한상영관들이 하나둘 폐업을 선언하는 현실을 뒤바꿀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최근 제한상영관 운영을 포기한 동성아트홀 배사흠 대표에게서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개관 석달 만에 제한상영관 간판을 내리게 됐다.

=가장 관객이 많았던 영화가 처음에 건 카트린 브레이야의 <로망스>(사진)다. 총관객 수가 103명이었다. 두달 반 정도 상영했으니까 1일 관객 수가 10여명에 불과했다. 좌석 수가 201개인데 휴일 같은 경우에는 1∼2명인 적도 빈번했다. 그런 거 보면서 속에 천불이 안 나겠나. 규정에 맞게 의자도 다 뜯어고치고 했는데 손님은 더 줄었으니. 여력이 있었으면 좀더 버텼을지 모르겠지만 제한상영관 운영하면서 1500만원 정도의 빚도 졌고 더이상 못하겠더라.

-개관 전에 예상한 결과인가.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으로 다 보는 거니까. 올 거라고 기대 안 했다. 중·장년층이 주관객이라고 봤는데 개관 이후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들의 반응은 요금이 비싸다면서 주위에 비디오 영화상영관으로 가더라. 우리 극장에 오면 개봉관 요금인 6500원을 내고서 1편밖에 못 보는데 거기 가면 3편 틀어주고 4천원밖에 안 받으니까. 그런 점에선 경쟁이 안 되는 거지.

-제한상영관의 경우 광고가 제한돼 있다. 일정한 관객층 형성 실패에는 이러한 규제가 작용했다고 보나.

=현 규제는 일절 영화홍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신문 광고도 그렇고 포스터 한장 못 붙이게 하니까. 그러다보니 안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어도 대부분 문닫은 극장인 줄 알고 있다. 알아서 외면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안 오는 사람도 많다고 본다. <애나멜 청 스토리>가 두 번째 상영작이었는데 요금 반환 요구도 있었다. 다큐멘터리인 줄 모르고 온 관객이 이게 어떻게 영화냐며 돈을 달라고 하더라.

-제한상영관이 자리를 잡으려면 그 밖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도 석달 넘게 고작 3편 상영했다. <애나멜 청 스토리>는 일주일 정도 걸었고 나머지 기간엔 <로망스>와 <지옥의 체험>만으로 버텼다. 일반 개봉관의 경우 대개 1주일 단위로 영화가 바뀌는데 그 정도 사이클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영화들을 걸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을 못 잡아끈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안다. 그러려면 제한상영관이 10여개는 되어야 하는데 남은 제한상영관은 이제는 2곳뿐이니까. 듀크시네필름 같은 배급사 입장에서도 신작 유통이 쉽지 않을 테니 고민이 많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