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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고통이란 바로 이런 것? <바톤 핑크>

할리우드에서 길을 잃은 작가는 한때 존경받던 소설가였으나 이제는 쇠락한 작가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들에게 베르톨트 베르히트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미국 망명 뒤 밥을 위해 시나리오를 써서 팔아야 했던 베르히트는 그의 시 <할리우드>에서 헐값에 팔려나가는 영혼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강한 자만 살아남기에, 살아남은 자신을 미워했던 그다.

<바톤 핑크>는 미국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감독의 실존에 관한 영화다. ‘너무 많이 아는 사나이’의 딜레마에 빠진 조엘 코언은 도통한 테크닉으로 영화를 주무르면서도 선배들처럼 영화에 대한 절절한 애정엔 다다르지 못한다. 그래서 마틴 스코시즈보다 로버트 알트먼에 더 가까워 보이는 그는 자신의 위치를 점점 장인으로 규정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할리우드 장인들이 대중과 만났던 지점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그는 영화제와 평단의 단골 손님으로 훨씬 익숙한 편이다. 코언은 이른바 미국 작가주의로 불리는 영화들의 이 이상한 현실을 앞에 두고, ‘살아남는 법’과 ‘사는 법’을 동시에 구하려 한다. 그러나 답은 없다. 비밀을 알던 사람들이 사라진 지금, 그는 이야기 만들기의 미로에 빠진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바톤 핑크>는 고사한 미국식 작가주의의 묘비명처럼 보인다.

<분노의 저격자> DVD에서 한껏 말썽을 부렸던 조엘과 에단 코언은 이후 작품 DVD에선 대부분 발을 빼고 있는데, <바톤 핑크> DVD에도 삭제장면 외에 별다른 부록이 없다. 굳이 극장 시청과 비교해보면, 수용 가능한 영상에 비해 사운드는 미세한 잔향이 좀더 또렷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