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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씨의 맛깔스런 라틴 리듬, 불독맨션 <Salon de Musica>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사람이 있다. 듣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음악이 있다. 이한철(의 음악)이 그런 경우다. 1994년 대학가요제 입상 이후 이한철은 대중음악계의 ‘젊은 유쾌한씨’였다. 이는 어느 정도는 TV에 비친 모습 때문이다. 사실 이한철 하면, 기타 메고 노래하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해 촐랑대는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이미지는 역으로 솔로(<델마와 루이스>), 듀엣 지퍼(<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그리고 밴드 불독맨션(<Destiny>)으로 이어지는 음악 ‘본연’에 대한 평가를 간과하고 알맹이 없는 가수 정도로 간주하는 효과를 낳곤 했다. 이는, 시계바늘을 15∼20년 전쯤으로 되돌린다면, 역량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이자 가수라는 점에서, 분방한 반면 나사 하나 빠진 듯한 가수로 ‘가볍게’ 치부된다는 점에서, 음악적 진가를 더디게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김수철에 대입해볼 수 있다. 유비(類比)는 유비일 뿐이지만. 어쨌든 지난 10년(!)간 얼터너티브 록, 기타 팝/록, 포크, 훵크 등을 개성적으로 섭렵해온 이한철이 참여한 새로운 음반이 불독맨션의 정규 2집 <Salon de Musica>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번 음반의 컨셉은 라틴음악이다. 리드미컬한 기타, 들썩이는 퍼커션, 뿜빠뿜빠 울려퍼지는 브라스가 어우러지는 <O’ My Sole> <명탐정 차차차> <Soul Drive> 등은 체면 따윈 던져버리고 한바탕 춤판을 벌이도록 쉴새없이 충동질한다. 번안곡이자 훵키 댄스 넘버인 <El Disco Amor>는 지난 여름의 추억을 호출하는 ‘해변가요’로 손색이 없으며, 스윙감이 신나는 <사랑은 구라파에서>와 타악기 연주가 맛깔스런 <잘가라 사랑아>는 무뚝뚝한(듣기에 따라 코믹한) 어투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이 음반은 라틴적인 리듬 혹은 그루브로 수렴된다. 사이사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Salon ‘Bley’> <Summer Rain> 같은 곡들 역시 살랑거리는 리듬에 가벼운 근육 반응을 동반할 정도니까. 정재일의 스트링 어레인지먼트나 몇몇 곡의 ‘성인가요적’ 접근은 ‘깬다’는 반응도 있지만, ‘밴드’다운 호흡으로 빚어낸 라틴음악의 향연은 유쾌하고 상쾌하다. 이런 음악은 이어폰보다는 스피커, 방구석보다는 공연장이 제격이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 9월18∼19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음반발매기념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