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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혁명의 조짐, <졸업>

<졸업>은 시대의 화약고 같은 영화는 아니다. 그 역할은 보통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나 <이지 라이더>에로 넘겨진다. <졸업>은 귀여운 말썽쟁이이며, 혁명이란 폭풍 전의 고요에 깊숙이 자리한 작품이다. 졸업 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부르주아 생활로의 지침서- 빨간 컨버터블, 파티, 미래산업 플라스틱의 초대- 를 뒤로한 채 지루한 일상에 빠져든다. 그는 풀장의 나른한 시간이 주는 공허와 이웃 여인과의 섹스란 유혹으로부터 곧 벗어날 테고, 언젠가는 그의 부모처럼 안락한 삶을 영위할 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웃 여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주변의 삶이 얼마나 역겨운 것인지 깨닫는다. <졸업>은 21살 똑똑한 청년의 심심한 사회진출기가 아니라 삶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자의 모험담이다. 이제 세상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그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아들은 부모가 만든 ‘사기꾼의 규칙’을 버리고 그만의 이상을 찾아나섰다. 영화의 성공과 스타가 된 더스틴 호프먼 그리고 누구나 흥얼거리던 <미세스 로빈슨>과 함께 혁명의 냄새는 중산층에 도달했으며 70년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1968년 아카데미에선 <졸업>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제치고 <밤의 열기 속으로>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밤의 열기 속으로>의 보안관처럼 눈앞의 진실을 두고 헤매는 자에게 길은 멀었다. DVD는 옆 사양에 적힌 딱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