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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길동무>의 감독 김태일 관객과의 대화
2004-10-09

"농촌의 몰락을 눈으로 확인했다"

다큐멘터리 <길동무>는 20살의 청년 이주희 씨가 막 귀농을 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약물 중독자였던 주희는 땅 일구는 법을 배우고, 갓 귀농한 2002년 7월, ‘우리 쌀 지키기 백인 백일걷기’에 참가해 2002년 7월부터 105일간 진도에서 여의도까지 걸어갔다. <길동무>는 길 위에서 만난 농촌의 현실을 그린 다큐인 동시에 버리고 싶은 과거를 끌어안고 먼 길을 떠난 한 청년의 로드 무비이다. 영화 상영 뒤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한 관객은 “다른 영화 표가 없어서 <길동무>를 보게 됐는데 잘 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고,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뜨지 않고 김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자리에 주인공 이주희 씨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 씨를 귀농의 길로 안내한 ‘박 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영화의 내용과 촬영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먼저 있었다. 영화가 ‘개인의 변화’와 ‘농촌의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한 관객의 물음에 김 감독은 “선택의 문제이다. 처음에는 농촌의 현실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희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갔다”고 답했다. “걷기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지도 속에만 있던 2000km의 길을 내 발로 디디면서, 농촌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는 김 감독은 땅을 밟을 때의 이미지를 화면으로 옮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관객들은 김 감독이 주인공 이주희 씨를 어떻게 알게 되고 섭외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김 감독은 “‘약물청소년 치유공동체 새샘터’ 소속이었던 이 씨의 귀농 결심을 듣고 그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는데 ‘100일 걷기’에 참여한다는 말에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 이야기가 영화 중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 씨가 첫 상영 때 많이 힘들어 했다며, 객석에 앉아 있던 한 관객에게 “혹시 거기 이주희 씨 아닙니까? 아, 아니군요”라고 해 감독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다음 영화는 일제 시대를 중심으로 한 과거 청산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면서 “인디다큐 페스티벌 같은 디큐 영화 축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말을 맺었다.

글=이다혜 사진=장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