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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이광수의 동명소설 영화화, <그 여자의 일생>
이승훈( PD) 2005-03-10

EBS 3월13일(일) 밤 11시45분

김한일 감독의 1957년작 흑백영화 <그 여자의 일생>은 탄탄한 원작에 기반한 상당한 수준의 50년대 한국영화이다. 원작은 춘원 이광수가 1934년 <조선일보>에 연재하고 다음해 단행본으로 발간하여 당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동명의 소설이다. 절세의 미모와 청순함을 타고난 이금봉이라는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비극적 삶을 애절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당시 여성들에게 연민과 함께 자기동일시를 이뤄내 엄청난 히트를 했다고 한다. 주인공 금봉(윤인자)은 어린 시절부터 그의 미모를 탐하는 남자들 때문에 순수한 사랑에 실패하고 결국 돈으로 그의 사랑을 사려는 남자들 사이를 오가는 신세로 전락한 전형적인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한 페이지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영화제목과 크레딧이 등장하는 독특한 타이틀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그 여자의 일생>은 중간중간 주인공 금봉이 일기처럼 세로로 써내려가는 펜글씨를 보여주며 이야기들을 전환해간다. 이러한 기법뿐 아니라 같은 사물을 찍은 비슷한 크기의 화면(계단의 발, 꽃다발, 시계 등)에서 다음 화면으로 디졸브로 넘어가는 장면전환 기법을 군데군데 적절하게 사용한, 당시로선 꽤 세련된 기법들이 눈에 많이 띈다. 또한 당시 영화들 중에선 비교적 카메라워크가 많은 점이나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돌리나 팬을 비롯해 적절한 오버래핑 등을 사용한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김한일은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스템을 닦는 데 일조를 한 김소동 감독(1958년작 <돈> 등을 연출, 최초의 영화과 교수)의 친동생으로, 1956년에 코미디 <여성의 적>으로 데뷔한 이후 총 6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이후 세기상사의 기획실장으로 이봉래 감독의 <육체의 문>, 정진우 감독의 <별아 내 가슴에> 등을 히트시킨 명기획자로 나갔다. 영화연감의 기록부터 잘못된 연유이겠지만, 영화 <그 여자의 일생>은 각종 자료에 나오는 줄거리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홀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잘못 기재되어 있다. 기록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도 한국영화 복원의 중요한 기초임을 새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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