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부천영화제 | 패밀리 섹션 (Family Section)
2001-07-05

다른 연령층의 가족 성원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의 아담한 정원

낙타 타고 어린 왕자의 사막으로 오세요

리틀 뱀파이어 Little Vampire

독일,미국,네덜란드| 감독 울리 에델| 출연 조너선 립닉키, 리처드 E.그랜트| 97분| 2000년

인간으로부터 영원한 ‘타자’로 찍힌 초월적 존재들이 외로운 어린이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E.T> <꼬마유령 캐스퍼> <유령수업>에서 보아왔다. 골프장을 설계하는 아빠를 따라 스코틀랜드로 전학간 토니는 낮이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밤이면 알 수 없는 의식을 치르는 흡혈귀 가족의 꿈을 꾼다. 부모님들이 외출한 밤, 뱀파이어 가족의 아들 루돌프와 만나 단짝이

된 토니는 300년의 동면 끝에 인간으로 재생할 기회를 노리는 루돌프 가족들을 도와 뱀파이어 헌터와 싸운다. 독일 작가 안젤라 좀머-보덴부르크의

인기 동화 시리즈를 각색한 <리틀 뱀파이어>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울리 에델 감독이 연출하고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캐리 커크패트릭, <유령 수업>의 래리 윌슨이 시나리오를 쓴 안성맞춤의 ‘할로윈 무비’. 어린이 관객은 그림책을

펼친 듯한 알록달록한 모험담에, 어른들은 위트있는 대사와 은근히 가미된 비주류적 감수성에 혹할 만하다. 뱀파이어에 물려 박쥐 흉내를 내고 하늘을

나는 소들의 모습은 <트위스터>의 태풍에 날리는 소 못지 않은 ‘장관’. <제리 맥과이어>의 귀염둥이 조나단 립닉키가

토니 역을 맡았다.

빅 애니멀 Big

Animal

폴란드 |감독 예르지 스투| 출연 예르지 스투, 안나 딤나| 75분| 2000년

정적 속에 마주앉아 둘만의 저녁 식탁을 나누던 부부의 숟가락 소리가 한순간 멈춘다. “여보, 저 문간에 서 있는 게 뭐죠?” 중년부부

사비츠키씨 내외의 모범적이지만 다소 쓸쓸한 삶은 서커스단에서 뒤처진 다정한 눈매의 덩치 큰 쌍봉 낙타 한 마리를 입양하던 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한다. 낙타를 먹이고 나란히 산책하고 옷과 집을 지어주면서, 잔잔한 희열과 그 행복감을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 사비츠키 내외.

그러나 셋의 오붓한 동거는 공동체의 간섭과 침해로 벼랑에 몰린다. 일부는 관료주의적 발상으로, 몇몇은 돈벌이 욕심으로, 또다른 사람은 아프리카

병균을 운운하며 낙타를 “아무도 원치 않는 센세이션, 쓸모없는 가축”이라고 몰아붙인다. 애정어린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낙타는 종적을 감추고,

밤마다 집나간 자식을 기다리듯 가슴조이던 사비츠키 부부는 어느 겨울 아침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차에 오른다. 친구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젊은 시절 썼던 각본을 배우 겸 감독 예르지 스투가 연출한 <빅 애니멀>은 사랑으로 말미암은 소외, 인간의 유서깊은 질병인 불관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흑백의 동화. 천상에서 온 듯한 낙타의 신비로움을 살린 연출과 고여 있는 마을의 공기를 포착한 촬영과 담담한 리듬에 밴

절제미가 여운을 남긴다.

천국의 향기 The Colour of Paradise

이란| 감독 마지드 마지디| 출연 후세인 마조브, 살라멘 페이지| 88분| 1999년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방학을 맞은 테헤란의 시각장애아 기숙학교의 8살난 생도 모하마드는 친구들이 모두 부모의

품에 감싸여 돌아간 한참 뒤에야 도착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운다. 돌볼 사람이 없다며 아들을 학교에 떠맡기려다 마지못해 모하마드를 데리고 귀향길에

오르는 아버지. 1년 만에 돌아온 소년을 맞는 파란 하늘과 파란 언덕이 잇닿은 이란 북부 고원지대 마을은 아름답고 누이와 할머니는 다정하지만

눈먼 아들이 재혼의 걸림돌이라고 여기는 아버지는 모하마드를 눈먼 목수의 도제로 보낼 궁리를 한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나약하고

가난한 아버지를 보여주었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천국의 향기>에서 나약하고 가난한 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초라한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신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세상 모든 곳에서 팔을 뻗어 신을 만지려 하고 마음속 비밀을 속삭이는 모하마드. <천국의

아이들>에서 지친 아이들의 발을 금붕어들이 어루만지던 시냇물 속에서 자갈을 점자처럼 더듬는 소년의 고사리손은, 시인의 눈으로 힘겨운 아이들의

마음을 보는 마지드 마지디의 능력을 다시 확인시킨다.

마법의 진주 The Magic Pearl

인도| 감독 타판 신하| 86분| 2000년

오렌지색 해변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정경으로 시작하는 <마법의 진주>는 교훈적인 민담풍의 이야기를 순진하게 풀어간다.

곤궁하지만 욕심없이 밀물과 썰물에 운을 맡기고 살아가는 어부 마하데프는 여느 때처럼 바다로 나가 그물질을 하다 조개 속에 든 탐스러운 분홍빛

진주를 발견한다. 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고 살림을 보살피는 마하데프의 착한 딸은 아빠의 선물인 진주를 자신의 컬렉션 안에 진열하고, 부녀는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소녀의 커다란 진주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지면서 운좋은 이웃에게 뭔가를 바라는 마을 사람들과 진주를 사러는 외지인으로

마하데프의 초라한 집은 들썩인다. 욕심이 빚은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부녀는 진주를 바다에 돌려주려 한다. 화면과 음악의 쓰임새가 좀 예스러운

느낌. 보물은 보물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속해 있음을 들려주는 권선징악적 우화.

쥬키퍼 Zookeeper

덴마크,영국,네덜란드 외| 감독 랄프 지만| 출연 샘 닐, 지나 매키| 105분| 2001

결백한 생명들이 신음하는, 전쟁의 포화 속에 방치된 동물원의 풍경은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태엽 감는 새>에서 보여주었듯 ‘순수의 침탈’을 가장 단적으로 묘사하는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쥬키퍼>는 공습당한

동유럽 도시의 동물원을 무대로 “선인이 악한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는 드라마다. 중년의 시립동물원 직원 루도빅은, 공습이

시작되자 구조될 때까지 동물들을 돌보는 책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는 동물원을 전쟁에 오염되지 않은 ‘성소’로 지키려 하나, 들이닥친 군대는

수의사를 잡아가고 루도빅을 위협한다. 그러던 어느날 총을 든 소년과 젊은 엄마가 생명을 의탁해오자, 루도빅은 바깥세상의 폭음을 외면하기 힘들어진다.

랄프 지만 감독은 인생의 대전환 스토리를 들려주는 대신, 여간해선 발목을 뺄 수 없는 삶의 덫을 그려보인다. <피아노>의 샘 닐,

<노팅힐>과 <원더랜드>의 지나 매키가 공연했다.

김혜리 기자 vermeer@hani.co.kr

▶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초이스

(Puchon Choice)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World fantastic cinema)

▶ 제한구역

(Forbidden Zone)

▶ 패밀리

섹션 (Family Section)

▶ 판타스틱

단편걸작선

▶ 몇

개의 회고전들

▶ 부천초이스

단편부문

▶ ‘할리우드

고전 공포영화 특별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