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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여행 체험기 [3] - 상하이
이다혜 2005-04-15

도쿄 올빼미 여행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 것을 보면 상하이 올빼미 여행 상품이 잉태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도쿄를 갈 때와 비슷한 1시간30분가량의 비행시간, 1시간의 시차. 도쿄나 상하이나 여행 상품 가격은 비슷하지만, 상하이 올빼미 여행의 장점은 2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물가가 (도쿄나 서울에 비해) 월등히 싸다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기내식의 수준도 다르다. 도쿄에 갈 때는 삼각김밥을 서비스하고, 돌아올 때는 아예 식사가 생략되어 있지만, 상하이 왕복시에는 일반 기내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왕복하는 비행기 일정이나 호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도 좀더 ‘인간적’이다. 금요일 밤 10시 비행기로 상하이에 도착하면 11시가량,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 12시가량이다. 첫날 푹 잠을 잘 수 있다는 뜻이다. 상하이의 호텔 수준은, 방과 욕실을 합하면 도쿄 비즈니스 호텔의 2배 가까이 넓다.

DAY1 “섹시한 옥불을 보러 가자”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뷔페를 먹고 나면 슬슬 움직여야 한다. 단, 문제는, 영어가 안 통하는 정도가 일본보다 상하이쪽이 훨씬 심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어의 성조를 따라할 수 없을 바에야 관광안내 책자에 쓰인 말을 열심히 읽어보아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도쿄의 경우는 지하철과 지도가 잘되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상하이쪽은 그렇지 않다. 상하이의 지하철은 도심 몇곳만을 다니기 때문에 호텔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 운전사 역시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행 책자에 쓰인 한자를 그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말을 대신해야 한다. 좋은 점은, 택시요금이 대단히 쌀 뿐 아니라 운전사들이 외국인이라고 일부러 우회로를 타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상하이 시내 곳곳을 다니는데, 한화로 1500∼3천원 정도의 돈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다만,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택시를 탈 때는 새치기하는 중국 사람들을 주의할 것. 마냥 양보하다가 20분 동안 택시를 잡지 못한 일도 있었다.

첫날 추천 일정은 옥불사, 예원, 동방명주탑이 있는 푸동 신구역(미래 도시 같은 상하이의 사진에 등장하는 곳), 푸동의 강 건너에 있는 옛 건물들이 늘어선 와이탄 지역 등이다. 푸동 지역과 와이탄 구역은 낮이나 밤에나 나름의 멋을 지닌 곳으로, 첫날 일정이 허락한다면 꼭 낮과 밤의 얼굴을 모두 볼 것을 권한다(아니면 오후에 도착해서 밤까지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옥불사는 이른바 ‘섹시한 표정’의 옥불이 있는 곳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사찰 문화와는 또 다른 중국만의 사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옥불사 입장료와 옥불 관람료는 별도로 지불해야 하지만(옥불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상하이에서의 첫날 일정을 시작하는 데 이만큼 좋은 곳도 없다. 운이 좋다면 예불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옥불사 다음 코스는 예원. 예원은 중국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예원 주변의 예원상장은 중국 전통색이 물씬 풍기는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가이며, 상하이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만두집일 남상소룡만두점도 예원 바로 앞에 있다. 아무래도 땅이 넓어서인지, 예원은 개인이 지은 것 치고는 규모가 상당하다. 예원 주변의 구시가지 역시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솜이불이나 속옷 등 각종 빨래를 말리기 위해 창문 밖으로 걸어둔 기다란 막대가 걸린 골목을 지나다 보면 잠깐 얼굴을 내민 햇살을 맞으며 카드놀이를 하거나, 만두를 삶는 뒷골목 만두집의 모습에 문득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와이탄과 푸동 지역은 강동원이 출연하는 광고에 등장하는 회색빛 도시의 배경이 된 곳이다. 넓은 황포강을 따라 화물선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모습 너머로 와이탄의 예스런 유럽풍 건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푸동 지역의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각종 커피숍들. 커피 한잔 값으로 보기에는 황송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는 곳이니, 절대 빼먹지 말고 들를 것.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푸동이 있는 TV수신탑인 동방명주도 추천할 만하지만 그보다 높은 건물인 진마오 빌딩의 88층 전망대쪽이 더 좋다. 이 전망대에 숨은 또 하나의 볼거리는 진마오타워의 54층에서 87층까지 있는 하얏트호텔 덕분에 건물의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부분. 88층의 아찔함을 느끼기에는 야경보다 이 실내 풍경이 더 강력하다(한여름에는 전력 공급을 위해 건물의 조명을 하지 않는 일도 있다고 하니 주의할 것).

DAY2 “상하이의 유럽, 신천지”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출발 시각이 오후 6시45분이기 때문에, 둘째 날은 서둘러야 한다(도쿄 올빼미보다 쉴 시간이 많은 대신 볼 시간은 줄어든 것이다). 둘째 날 추천하는 관광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유적지가 대표적이지만, 상양시장에서 시작하는 일정도 좋다. 상양시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 같은 곳으로, 명품의 카피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의 도심 같은 상하이의 시내 도보관광을 시작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삐끼들의 손을 뿌리치고 큰 길로 나와 회해중로라는 큰 길을 따라 30분이 좀 넘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신천지는, 상하이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상상하기 힘들었던 고즈넉한 유럽의 카페촌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회해로에 즐비한 가게들을 눈으로 구경하면서 신천지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것. 신천지에서는 영어가 100% 통하며(카페 종업원의 유창한 영어에 기가 죽을지도!), 카메라로 어디부터 찍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한적하다. 신천지에는 중국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도 특이하지만, 서울의 이태원과는 180도 다른 깔끔함이 인상적이다. 1만원 정도면 맛있는 점심 정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디저트로 커피까지 마셨다면 일요일 오후, 중국 인구의 현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난징루를 걸어보자. 일정 구역이 보행자 전용 도로로 지정된 이곳의 일요일 오후는 문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거리를 따라 걸으며 구경을 하다보면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기부상 열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면 되는데, 비행기표를 내면 인민폐 한화로 5천원 정도의 돈으로 한 시간 거리를 8분 만에 주파(최고속도 431km), 순식간에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참고, 상하이 공항의 면세점에는 있는 물건보다 없는 게 더 많으니, 크게 기대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