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위험>은 <스타워즈> 열성팬을 위한 영화다. 최첨단의 특수효과와 화려한 디자인들로 장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는 <스타워즈>에 대한 ‘향수’가 물씬 풍겨난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음조로 변형시켜 되풀이하는 교향곡에 비유한다. <스타워즈>가 루크의 이야기이고,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의 아버지 아나킨의 이야기이지만 스토리 전개는 거의 비슷하다. 우주에서 위험에 처한 레아, 아미달라는 구원을 요청한다. 타투인 행성에 살고 있던 루크, 아나킨은 제다이의 꿈을 안고 집을 떠난다. 그래서 새로운 장면들이 등장할 때에도 관객들은 <스타워즈> 3부작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된다. 무역연합과의 공중전이 벌어질 때는 ‘데스 스타’와의 격전이, 겅건족의 전투에서는 이워크족의 전투가 연상된다. 이야기만이 아니다. 기본의 <스타워즈> 3부작의 팬이라면 당연히 팰퍼타인이란 이름과, 아나킨의 비극적인 운명을 알고 있다. 아무리 ‘보이지 않는 위험’이란 제목을 붙여도 다스 시디어스가 누구인지, 오비완과 아나킨의 곡절많은 미래까지 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아련한 ‘향수’로 관객을 유혹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을 만족시킨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환상적인 디자인과 첨단 특수효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선 디자인. 아트디렉터 더그 치앙은 ‘이전 작품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떼다가 결합한 디자인’이 많다고 말한다. 포드 레이스 경주에 등장하는 랜드 스피드는 <스타워즈>에서 루크가 타던 것을 조금 더 날렵하게 만들거나, 자동차 디자인을 그대로 따오면서 제트 엔진을 결합했다. 드로이드는 사마귀 같은 곤충의 모양을 따왔고, 드로이드의 탱크는 코끼리 비슷하게 만들었다. 피렌체풍의 아미달라 여왕의 궁전, 거대한 마천루가 도시를 가득 메운 커러스칸트 행성, <어비스>의 수중도시와 디자인은 물론 세부까지 흡사한 겅건족의 수중도시 등 각양각색으로 만들어진 건축 디자인도 새롭다. 아미달라 여왕의 기품있는 의상 디자인도 일품. <보이지 않는 위험>은 가급적 현대적인 것을 배제하고 50년대 자동차 디자인부터 아프리카 전통예술까지 역사상의 모든 사조와 스타일을 훑어 인용했다.
자자 빙크스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배우다. 자청해서 웃음거리가 돼주는 자자 빙크스말고도 <보이지 않는 위험>에는 아나킨의 주인인 와토, 포드 레이스 경주의 우승자 세불바 등 그래픽 배우들이 비중있는 조역으로 출연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조지 루카스의 야심 그대로,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영상을 그대로 만들어낸 영화다.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특수효과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ILM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아나킨이 출전한 포드 레이스 경주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포드 레이스 경주는 마치 직접 게임에 출전한 듯한 압도적인 ‘사실감’과 ‘쾌감’을 준다.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겅건족과 드로이드의 초원에서의 전투는 조지 루카스가 존경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시대극에 등장하는 중세의 전투장면을 그대로 빌려왔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시각효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단점 또한 두드러진 영화다. 놀라운 시각효과 덕에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미처 떠오르지 않지만 극장을 나서고 나면 새록새록 문제점들이 떠오른다. 허술한 이야기 구조는 이미 미국언론에서도 누차 지적했던 점이다. 특히 대단원에서 아나킨이 우연히 우주전함을 폭파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어처구니가 없다. 인물들의 성격묘사도 애매하다. 다스 몰은 멋있는 외관에 비해, 너무나 평면적으로 폼만 잡다가 사라져버린다. 유일하게 조지 루카스가 신경을 쏟은 인물은 내털리 포트먼이 연기하는 아미달라 여왕이다. 강인하면서도 사려깊은 성격이나 아나킨과의 미래를 암시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잘 표현돼 있다. 내털리 포트먼의 연기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나 인물 등은 사소한 단점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조지 루카스의 의도하지 않은 인종주의에 빠져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모든 영웅은 백인이고, 그들이 모든 것을 주도한다. 사막지형의 타투인 행성은 야만적이고, 향락에 빠진 토호가 지배하는 아랍지역을 연상시키고, 격렬한 찬반논쟁에 휩싸인 자자 빙크스는 로빈슨 크루소의 흑인노예 프라이데이를 연상시킨다. <CNN>은 자자 빙크스를 둘러싼 논란을 다루며 “여장 흑인남자 같기도 하고 20, 30년대 흑인배우의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하긴 <스타워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는 애초에, 백인들을 위한 대중문화였다. 황색인종이 지배하는 행성에서 영웅이 되는 <플래쉬 고든> 같은 이야기가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형인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싸구려’ 스페이스 오페라의 이야기에, 온갖 문화와 영화에서 따온 요소들을 짜깁기하고, 경천동지할 특수효과로 뒤덮은 미국인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특수효과
스튜디오를 잡아먹은 디지털
조지 루카스가 ILM과 함께 22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은 한마디로 ‘디지털 백랏(촬영소)을 완성’한 영화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도메인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을 통해 구현한 ‘디지털 포토리얼리즘’에 상응하는 개념인 이 ‘디지털 백랏’은, 영화의 대부분을 디지털 효과를 이용해 완성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스튜디오 같은 물리적인 촬영소의 개념이 사라지고, 디지털 장비 내부에 존재하는 가상의 촬영소에서 최종적인 영화 화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것이다. 실제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은 잘 알려진 것처럼 전체의 95%인 약 2천장면이 이 디지털 백랏에서 만들어졌으며, 그중 대부분은 수많은 디지털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의 합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 사용된 특수효과 중에 아주 새로운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사실이다. 특수효과 책임자였던 ILM의 데니스 뮬렌이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에 만들어진 다양한 기법들을 한 장면에서 동시에 사용하면서 그 작업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의 최종 단계인 편집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애니메틱스라는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 이용해 주목을 끌었다. 애니메틱스 기법이란 완성되지 않은 특수효과들을 미리 예견할 수 있도록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스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디지털 백랏에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최종 편집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THX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으로 사운드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조지 루카스의 주문에 따라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돌비 디지털-서라운드 EX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미국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개봉하는 모든 극장에 반강제적으로 설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