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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마을에서 흑인 혼자 버티기, 판타스틱하지 않나
2001-07-19

백인들의 땅 캔사스, 10년 동안 도로를 만드는 현장에 데릴은 팀 내 유일한 흑인이다. 어느 날 한국계 미국인 존슨이 들어오고, ‘두 마리의 개’ 취급을 받던 그들은 서로에게 ‘험한 세상의 다리’같은 존재가 되어 백인 사회에 자신들만의 길을 닦아간다. 17일 오전 11시 <길+ 다리> 상영 후에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 제목의 뜻을 묻는 질문은 의외로 맨 마지막에 튀어 나왔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소수민족이 자리를 잡는 과정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다 도로를 놓는 과정과 같다. 그들간의 공통분모가 유대감을 형성하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것을 다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직접 존슨으로 분한 에이브러햄 림 감독은, 실제로도 캔사스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뉴욕대 재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막노동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만든 이 작품으로, 미국 개봉 당시 “백인들의 모습을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기도 했다고. 그는 그럴 때마다 “당신들도 직접 그곳에서 일해보라”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고. 현실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내용이 판타스틱영화제와는 그닥 매치가 안 된다는 관객의 지적에 “백인들만 사는 마을에 흑인 혼자 10년 이상 버틴다는 내용 자체가 판타스틱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5년 동안 1억5천만원이 들어간 <길+다리>는 감독의 사비만으로는 충당하기 힘들어 틈틈이 뮤직 비디오를 찍어 제작비를 벌었단다. 단편 이후 처음으로 장편에 도전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 알트만의 작품 <쿠키의 행운>과 <킬러 앱>(Killer App)의 편집을 맡은 인연 덕분으로 선뜻 제작을 맡아주었다고. 현재 준비중인 차기작 <신은 아버지>(God is dad) 역시 감독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자전적인 영화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