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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을 지지한다.
2001-07-19

신현준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언론개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그토록 절박한 외침에 대해서 `중립`을 지켜왓지만, 속으로는 그 신문들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너무나도 개인적인 피해의식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 비슷한 것에도 관심두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에는 `정치`의 힘을 통해서라도 언론개혁이 달성되었으면 좋겠다. `검찰`이란 존재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벌름벌름하고 `국세청`이라는 존재도 엇비슷하지만 그들에게도 냉소적 태도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MBC나 KBS에 대해서도 `지들이 언제부터 저랬다고`라는 식의 불평은 거두기로 했다.

기억력이 비상한 독자라면 “한입으로 두말 한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조선일보>와 <주간조선>에 기고하던 인간이 무슨 횡설수설이냐”라고 힐난해도 감수하겠다. “안티조선 운동에 대한 지적은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실천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라는 식의 볼멘 소리도 접어두기로 했다. 오랫동안 그 신문들을 `억수로`그리고 `겁나게` 싫어했다는 말로 구구한 변명을 대신하고자 한다.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조선일보 핵심은 영남 인맥이고 MBC 핵심은 호남 인맥”이라는 입방아도 무시하기로 했다. 현재의 구도가 지긋지긋한 `남부군들 사이의 지역 대결`이라는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김중배 사장님께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건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내부사정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 다만 `음모론`에 유난히 취약한 한국인의 기질을 발휘하지는 않기로 했다. 음모가 있는가 없는가는 이번 사건에서는 본질적이지 않다. 그건 나중에 따져도 될 것 같다. 방송사 노조가 양심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내렸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구언론`이라든가 `족벌언론`이라든가 하는 말은 절제했으면 좋겠다. 귀에 못 박힌 사람들에게 그런 비판이 들릴 리 없다. 언론개혁은 정부와 언론사이의 게임이 아니라 독자와의 게임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금과옥조로 받들던 신문들이 시장의 룰을 무시하고 시장질서를 무너뜨렸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필요충분하다. 수구언론을 줄기차게 비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의 볼륨이 커지는 것보다 `합리적 보수세력`이 등을 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 분들 `돈 문제라면 칼`이다. 아무개씨 일가가 `반동`이든 아니든 `도둑놈들`이라는 것만 판명되면 족하다. 그래서 판매부수와 입사시험 지원자가 팍팍 떨어지면 게임 끝이다.

그런데 나 같은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말들이 너무 많다. “그 막강한 신문사를 내가 건드렸더니 움츠러드네”라고 우쭐해하는 분위기조차 있는 것 같다. 편견일지 모르니 이 말도 주워담겠다. 이제까지 해오던 분들이 더욱 잘해주기 바랄 따름이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내려주고 거기에 권위와 신뢰를 보태달라는 요구다. `좃선`이라는 식의 비속어는 운동의 `주타방`인 보수층 취향에 맞지 않으니 자제해주고, 여기저기 똥침을 찔러대는 일보다 급소를 겨냥하여 단칼을 날리는 일이 더욱 필요한 때다. 암묵적 지지즐 보내는 소시민으로서는 이런 저런 말들을 하나로 꿰어주는 중량감 있는 글 하나, 말 한마디가 절실하다. 보수층의 흔들리는 마음을 강력 본드처럼 결집시켜주는 그 신문 주필들의 글처럼 뭔가 `오소리`있는 글 말이다.

이문열이 한마디 했다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도 소모적이다. 그 정도 비중있는 다른 문인의 글 하나면 된다. 1987년 6월 최일남이 여당 대통령후보가 된 노태우가 수락연설에서 “헤르만 헤세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헤르만 헤세 좋아하고 있네”라고 촌철살인했던 것처럼.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처럼 한낱 대중문화에 빌붙어사는 사라므이 능력으로는 이인화 같은 `시다바리` 처리하는 것도 버겁다. 생뚱맞는 이야기지만 가까운 일본에 있다는 서태지가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망상까지 생긴다. 아아, 복거일의 오만한 요설을 `우아하고 기품있게` 제압하던 정운영 선생은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중앙일보>에 가 계신 것인가.신현준/문화 에세이스트 http://homey.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