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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m 다큐, 그 절반의 성공
2001-07-19

정통 뉴스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VJ특공대>

<정치 9단> <시마과장> 등을 그린 히로카네 겐시의 <라스트 뉴스>라는 만화가 있다. 공중파 방송사 의 마감뉴스인 <라스트 뉴스>는 한마디로 ‘뉴스 속의 뉴스’. 당일 보도된 뉴스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그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바로잡는다는 취지의 ‘애프터서비스 뉴스’다. 그런데 그 AS라는 게 제품의 본래 기능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성격이 다른 제품으로 바꿔놓는 차원의 것이라면? <라스트 뉴스>는 오보(誤報)를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해 메인 프로그램들이 손대지 못한 ‘몸통’을 슬쩍슬쩍 건드리는가 하면 아예 다른 시각에서 취재한 내용을 들려주기도 한다. 어쩐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그것이 만화의 가장 큰 볼거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라스트 뉴스>가 만들어지는 최초의 출발지점, 즉 뉴스의 단초가 되는 것이 다른 뉴스의 허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라스트 뉴스>와 가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는 전신인 <특종 비디오저널>이 그랬듯, 메인 뉴스에서 빠지기 일쑤인, 그러나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건, 사고들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실 모르더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가십성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라스트 뉴스>와의 차이라면 차이일 테다.

를 만드는 제작팀들의 손길은 추수가 끝난 뒤 이삭을 줍는 아낙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뉴스의 행간을 읽으면서 또는 단 한줄에 불과한 기사를 읽으면서 곱씹고 또 곱씹는 것인데, 간혹 껍질뿐인 쭉정이 사이에서 고소한 단맛이 나는 알갱이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당장 차림표에 오르는 메뉴로 둔갑한다. 이미 방송된 뉴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라스트 뉴스>와 를 감히 ‘재활용 뉴스’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아님 재방송(repeat의 의미가 아닌 rediscover로서의 의미) 전문 뉴스라고 말이다. 의 김학순 프로듀서는 한술 더 떠 ‘벼룩시장’ 개념을 갖다댄다. 중앙지와는 별도의 시장을 가지고 특화된 정보를 취급하는 염가지로서의 역할을, 방송에서는 가 맡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틈새시장의 공략’, 필요하다고 가치를 인정받긴 했으나 아직은 질서와 체계를 갖지 못한 정보들을 모아 이용하기 편하도록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게다가 보기좋고 부담없는 모양새까지 갖춰줌으로써 수요자들의 욕구에 부합되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사고방식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시스템, 즉 형식의 문제가 여전히 남은 것이다. 시의성과 사실성을 강조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딱딱한 문체의 다큐멘터리나 정통 뉴스의 형식을 일단 포기해야 했다. 일명 ‘뉴스 뒤집기’라는 새로운 포맷의 탄생이 예견되는 순간. 이른바 세미 다큐 혹은 대안적 뉴스의 시작은 6mm 다큐를 앞세운 Q채널의 <아시아 리포트>에서였다. 96년 당시 케이블채널이었던 <아시아 리포트>는 경력 5년차 이상의 PD들에게 6mm 카메라를 지급, 단신으로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취재하도록 했고 이 프로그램은 당시 몇 안 되는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6mm 카메라를 들었던 이들은 방송가의 무서운 아이들로 자리를 잡았고 곧 방송가에 VJ유행을 퍼뜨리게 된다.

공중파에서 VJ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프로그램은 인천방송의 <리얼TV>. <아시아 리포트>에서 활동하던 PD들이 인천방송이 개국하자 자리를 옮겨 기획한 <리얼TV>는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프라임 타임대인 8시30분을 온통 6mm 필름으로 채웠다. 이후 <병원 24시> <제3지대> <시사매거진 2580> <일요스페셜> <리얼 코리아> <세계는 지금> 등이 속속들이 문을 열면서 6mm 다큐의 정규프로그램 데뷔는 일단 성공한 듯이 보였다. 물론 위의 프로그램들은 6mm 카메라의 장점인 현장성, 밀착성, 기동성의 요소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단지 보조 카메라로 취급되던 6mm 카메라가 메인 프로그램을 도배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차츰 형식의 비슷함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지 이름만 다를 뿐인 형식과 소재는 똑같은 프로그램이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신변잡기적 소재와 가벼운 터치는 심적 부담은 덜지언정 삶의 고단함을 함께 나누진 못하거늘. ‘깊이있는 내용은 다른 다큐에서 찾으시고 여기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십시오’ 하는 권유를 끝내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진지함 자체를 불편한 것으로 치부하는, 그래서 이제는 이도저도 다 가볍고 그래서 쿨해진 세상에 대해 가지는 어리둥절함 때문이리라. 가 사랑스러운 것은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에 관심가지는 온정 어린 시선이 기특하기 때문이나, 작은 것을 예쁘게만 취재하는 제작팀의 시선은 사회문제를 팬시상품으로 포장하려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고 또 조금은 염려스럽다.

심지현/ 객원기자 simssisi@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