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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 장면, 진짜 배우가 쳤을까?
윤효진 2005-07-14

실제로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

<피아니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보다보면 진짜 배우가 연주했을까? 아니면 대역일까? 문득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연주 장면이 인상 깊었던 영화라면 거의 대부분 진짜 배우의 실력이라고 보면 맞다. <뉴욕타임스>는 7월10일자 기사에서 ‘60일 만에 완벽하게(보이지만 가짜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는 속성 코스’를 소개했다. <젓가락 행진곡>을 겨우 치는 수준이었던 배우가 두달 만에 쇼팽의 곡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순전히 연기의 차원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마지 발터는 대역을 쓰기보다는 배우가 피아노를 배워서 직접 연주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한다. “연기자는 스스로 음악가의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악보를 읽고 음악가의 정신 자세를 이해해야만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다”는 것. 그는 <피아노>의 홀리 헌터(당시 피아노 실력이 상당했으나 약간의 교정이 필요했다)부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톰 크루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스칼렛 요한슨까지 수많은 배우들을 훈련시킨 전문가다. 한달이나 두달동안 만사 제쳐놓고 매일 훈련시켜 결국은 감독이나 음악감독이 원하는 곡을 배우가 완벽히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임무다.

발터가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곡으로 꼽는 것은 리스트나 슈베르트의 곡이다. 음역이 넓고 선율이 변화무쌍해서 손가락을 최대한 벌려야만 하기 때문. 반대로 바흐의 인벤션같은 경우는 물 흐르듯 진행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반대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어렵다고.

마음에 드는 연주를 할 때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계속 반복적으로 연습시키는 것이 발터의 교습 방식이다. 그리고 프로다운 피아니스트로 보이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허리를 펴고 중심을 똑바로 잡고 팔꿈치는 약간 밖으로 향하고 손목은 평평하게 하는 것이 정자세. 특히 풋내기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항상 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결국 속성 과정이라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건반을 두들겨 본 적이 없는 안성기가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을 연주하기 위해 눌러야 할 건반의 위치를 석달 동안 통째로 암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