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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즈가 말하는 <스파이 키드>
2001-07-20

“내 유년 시절을 다시 살린 영화다”

+ 아이디어 : <포룸>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할 때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두 아이를 출연시켰는데 아이디어는 그때 얻었다. 그러니까 1994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사실 <엘 마리아치>를 액션영화로 만든 건 순전히 남미권 비디오 시장에 팔아보자는 계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걸 본 영화사들이 내게 액션영화만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컬럼비아가 리메이크를 제안해서 <데스페라도>를 찍게 됐다. 사실 영화사들도 내가 가족영화를 찍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그들에게 대학시절 내가 그린 만화를 보여줬고 내 가족이 담긴 가족 코미디인 단편영화들도 보여줬다. 그결과 <스파이 키드>를 만들게 됐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는데 내겐 특수효과에 관한 경험이 필요했다. <스파이 키드>에는 특수효과가 들어간 장면이 500개가 넘는다. 특수효과 수퍼바이저를 따로 구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직접 특수효과를 다루고 싶었다. 만약 창작에 재능이 있다면 직접 특수효과를 다루고 그걸 돈많이 들이지 않고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감독들은 "특수효과가 들어간 영화는 언제나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수효과에 조금 더 잘 알면 저예산영화에서도 가능한 일이 많다.

+ 은퇴한 스파이 그렉(그레고리오) : 어린 시절 삼촌 그레고리오는 신비한 존재였다. 나와 아홉 형제자매들은 삼촌 주변에 둘러앉아 그의 모험에 관해 질문공세를 하곤 했다. 그레고리오는 FBI와 협력하는 비밀요원이었는데 8살 짜리 꼬마에게 그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직업이었다. 우리는 삼촌이 갖고다니는 두꺼운 가죽지갑 속 뱃지를 이모조모 뜯어봤다. 무거운 금색 쇳덩어리로 만든 뱃지와 젊고 상냥한 얼굴의 삼촌 사진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삼촌은 한번도 애들한테 자기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얘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삼촌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지어냈다. 그는 우리들에게 국제적인 미스터리의 사나이, '라틴계 제임스 본드'였다.

+ 플룹의 푸글리쇼 : 아이들과 함께 <텔레토비>를 보면서 생각했다. "엄청 이상한 쇼인걸. 저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첩보원들이라면 어떨까. 어떤 미친 녀석이 첩보원들을 조롱하려고 그들을 텔레토비로 만들어서 TV에 출연시키고 그게 히트를 치면 어떻게 될까"라고. 텔레토비들은 언제나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데 그걸 보며 이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정말로 하고싶은 말이 '도와줘! 여기서 날 꺼내줘'라면 어떨까. 그들은 뭔가 비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가면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이라면 어떨까?"라는. 난 그게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다.

+ 악당 플룹 : 명령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창조에 대한 집착이 강한 자가 악당이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창작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아이디어에 집착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기보다 나쁜 악당이 뭔가 지시를 할 때 그건 자기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그는 그래서 혼란에 빠진다. 난 영화 속 TV쇼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악당은 첩보원들을 골려주려고 TV쇼에 출연시키는데 그런 다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직접 TV쇼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 엄지 로봇 : 내가 처음 출판해 수상한 만화는 <엄지로봇>(머리, 팔, 다리가 모두 엄지손가락처럼 생긴 로봇)이었다. 엄지로봇들이 나와서 눈알을 축구공처럼 차는 만화였다. 물론 엄지로봇에게 전부 축구유니폼을 입혔다. 사람들은 그 그림을 좋아했고 난 아직도 그걸 간직하고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엄지로봇들이 스크린을 뛰어다니며 관객들을 웃기는 걸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 어린 시절의 엄지로봇들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상은 <사이파이> <미국감독협회 회지> <타블렛 뉴스페이퍼> 등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임)

▶ 할리우드의 영원한 악동, 로버트 로드리게즈

▶ 로버트 로드리게즈 필모그래피

▶ 로드리게즈가 말하는 <스파이 키드>